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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딸의 계산서, 엄마의 영수증, 하느님의 영수증(사순 제4주일)
   2012/03/16  12:34
 박영식신부님강론7(3월18일).hwp

딸의 계산서, 엄마의 영수증, 하느님의 영수증

(사순 제4주일)

 

어느 날 어린 딸이 부엌에 들어와서 저녁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계산서를 내밀었다.

이번 주에 내방 청소한 값 5,000

가게에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7,000

엄마가 시장간 사이에 동생을 봐준 값 5,000

쓰레기 내다 버린 값 3,000

아빠 구두를 닦은 값 4,000

마당을 청소하고 걸레질 한 값 5,000

합계 29,000

 

엄마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엄마는 연필을 가져와 딸이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열 달 동안 너를 내 뱃속에 데리고 다닌 값: 무료

날마다 네 똥 치우고 기저귀를 바꿔준 것: 무료

네가 아플 때 밤 세워 간호하고 널 위해 기도한 값: 무료

널 키우느라 지금까지 힘들어 하고 눈물을 흘린 값: 무료

장난감, 음식, 옷을 제공한 것: 무료

너에게 준 내 사랑: 무료

합계: 무료

 

딸은 엄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서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그 다음, 딸은 큰 글씨로 자기 계산서에 이렇게 썼다. “전부 다 지불되었음.”

 

부모는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고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건만 자식들은 부모에게 대가를 요구한다. 자식들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되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것이 자연 법칙에 어긋나는 줄은 아는가 보다. 부모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떳떳하고 당연하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부끄러워야 하는가? 손을 내미는 대로 주다보니 과잉보호가 되고 과잉보호는 불효자를 만든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영수증을 주신다.

햇빛, 공기, 네 계절, 단비, , , 온 누리 삼라만상: 무료

너에게 생명을 준 것: 무료

너를 지금까지 키우고 살려 준 것: 무료

매 순간 호흡하게 해 준 것: 무료

부모와 형제자매와 친구와 이웃을 만들어 준 것: 무료

너에게 영생과 영원한 행복을 주기 위해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것: 무료

 

위 마지막 항목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선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누리게 하셨다”(요한 3,16). 하느님은 당신을 저버린 인간세계를 극진히 사랑하여 당신의 유일한 아들을 내어주셨다. 이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이 멸망하지 않고 구원받아 영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예수님을 닮는지 혹은 예수님을 닮지 않는지에 따라 지금 영생을 누리거나 영원한 파멸을 당하게 된다. 하느님은 사람들을 단죄하지 않고 구원하려 하지만 당신 아들 예수님을 거절하는 이들을 심판하실 수밖에 없다. 예수님을 유일무이한 구세주로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예수님을 닮는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의 본질은 서로 닮는 것이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사랑하여 그들의 생명에 필요한 햇빛과 비를 내려주시는 하느님을 본받아 원수를 사랑해야 그분을 닮고 사랑할 수 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그분이 사랑하시는 모든 피조물을 사랑해야 한다. 나아가서,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분을 닮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이처럼 친구들이 서로 신뢰하고 서로 닮듯,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간디를 닮듯, 오랫동안 꿈을 품은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우리가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사물은 마침내 언젠가 우리 자신의 한 부분이 된다”(헬렌 켈러). 모든 행복한 가족들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닮는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가족들은 자기의 이해타산에 눈이 어둡기 때문에 서로 경쟁대상으로 여기고 서로 다르다(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나는 하느님과 예수님을 얼마나 닮았는가? 우리 부부는 서로 얼마나 닮았는가? 이처럼 하느님과 서로 닮지 않으면 하느님은 원망스러운 모습을 짓고 이르실 것이다. “부모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내가 하느님으로 대우받기는 그보다 더 어렵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뻐하기를!”(인디언 격언).

눈물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12317-18일 효목, 박영식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26일 출간됨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2.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 말씀의 등불 3.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