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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마 가득히 사과를 담아 주듯 사랑을 담아 주는 이들이 승천한다(예수님의 승천 대축일)
   2012/05/18  11:49

      치마 가득히 사과를 담아 주듯 사랑을

담아 주는 이들이 승천한다(예수님의 승천 대축일)

 

마르코복음 16,15-20

 

 

단 하나뿐인 이 세계도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든가, 태양은 지구 위에 있다는 관점처럼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세계가 있다. 이러한 세계 이외에 해가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지 않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과학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증명되고 정확한 수치로 계산되는 세계이다. 우리가 보고 측정하며 만들어낼 수 있는 이러한 세계 말고 제3의 세계가 있다. 이 셋째 세계는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파헤쳐낼 수 없는 신비스러운 세계이다. 그것은 생명과 사랑의 세계이다. 남을 위해 죽어야 살고, 지는 사람이 이기며, 자기를 낮추어야 높아진다는 역설의 세계이다. 이 세계는 사랑과 정의와 자유의 세계, 고통과 죽음이 없는 세계, 참된 기쁨과 영원한 생명의 세계, 하느님의 세계이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시어 이 세계의 문을 열고 그곳으로 올라가 우리를 부르신다. 그분의 승천은 우리의 승천을 보장한다.

 

하느님의 세계로 올라가기 위해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한다. 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대한 집착, 이기심과 자기중심주의에서 자유로워진다. 사랑이 사람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하느님께 올라갈 수 있고 이미 이 지상에서 천상 시민으로서 살 수 있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한평생이 승천하기 위해 주어진 준비 기간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심판하러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

 

부활승천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 묘비명을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G.B. Shaw)라고 써야 하지 않을까? 슈베르트(F. Schubert)아름다운 희망이 여기에 매장되었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주옥같은 가곡들을 통해 이미 부활한 것으로 보인다. 승천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죽는 사람의 묘비명은 어떠할까? 페스탈로찌(Pestalozzi, J. Heinrich)의 묘비에는 모든 것이 남을 위해서였으며,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 장원급제한 문신 박세당은 당쟁을 혐오해 관직에서 물러났다. 소론계인 그는 당대 실권을 쥔 노론에 맞서 주자학을 비판하다 유배 중에 죽으며 자기 묘비명을 이렇게 적었다. “끝내 세상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묘비명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추구하다 갔는지 드러낸다. 나의 묘비명을 무엇이라고 적을까? “좀 더 베풀 걸! 좀 더 참을 걸! 좀 더 즐길 걸!” 묘비명을 보고 그 사람이 죽은 뒤 어디로 갔는지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명과 사랑을 위해 분투하다 간 사람은 영원한 생명의 세계로 갈 것이고,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발버둥치다 간 사람은 자기를 상실하고 영원한 파멸의 세계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사회복지 시설에 가서 헐벗고 굶주리며 고통 받는 가련한 이들을 사랑하여 행복의 극치 속에서 살자. 예수님은 우리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다.

 

치마 가득히 사과를 담아 당신에게 주듯이 내 사랑을 담아줍니다.” 가족 때문에 이웃을 돌볼 여유가 없는 사십대 이후에는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모든 것이 다 당신 것이예요하면서 작은 사랑이라도 이웃에게 베풀어 주자.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세 가지로 모아진다. , 얼마나 제대로 사랑했는가? 얼마나 철저히 사랑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깊이 떨쳐버리는 법을 배웠는가?”(석가모니)

<12519-20일 효목, 박영식 야고보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 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4월 27일 출간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26일 출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