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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차마고도 순례정신이 우리에게 있는가?
   2012/04/05  15:57
 성금요일강론(4월8일).hwp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중국 서남부 운남과 사천에서 티벳을 넘어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5천킬로미터쯤 되는 교역로를 가리킨다. 실크로드보다 2백여 년 앞선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 교역로이다. 이 길을 따라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오갔기 때문에 차마고도란 이름이 생겼다. 차마고도는 천 년 전 티벳 불교가 라싸에서 운남과 사천 장족 지역으로 전해진 길이었다. 일찍이 인도사람 연화생이 티벳에 토착 종교를 몰아내고 불교를 전파하러 온 바로 그 길 차마고도이다. 오늘날도 순례자들은 연화생의 그 길을 따라서 성지 라싸로 간다.

 

순례자들은 사천성에서 성지 라싸로 2,100킬로미터(부산-신의주 왕복: 1,950킬로미터쯤) 이상이나 되는 차마고도를 오체투지(五體投地), 즉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대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며 나아간다. 무거운 폐타이어로 앞치마를 만들어 두르고 나무장갑을 50켤레 이상이나 준비해서 서너 걸음마다 오체투지를 한다. 어린 자식들과 가족이 함께 가기도 한다. 첫날에는 200미터밖에 못 가고 쉬기를 거듭하고 하루에 평균 겨우 6킬로미터밖에 못 간다. 나중에는 속도가 붙어 하루에 10킬로미터나 간다. 티벳 고원의 온도가 영하 2030도로 내려가면 순례자의 고통은 엄청나다. 평균 4천미터 이상의 고지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가야 한다.

 

강물이나 장애물 길이만큼 미리 오체투지를 하고 건너간다. 저녁식사는 작은 빵 한 조각과 차 한 잔뿐이다. 수없이 이마를 땅에 부딪쳐 상처가 덧났다가 아물기를 계속하고, 이마에 든 멍이 굳은살로 변할 때쯤 순례속도는 더욱더 빨라진다. 준비기간까지 포함해서 일곱 달쯤 걸리는 대장정이다. 순례자들을 돕는 사람도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음식과 야영도구를 수레에 싣고 따라간다. 장족들은 순례 도중에 죽는 것을 가장 복 받은 죽음으로 여긴다.

 

모든 순례자들의 목적지요 티벳인들이 평생 한번이라도 순례하길 원하는 곳은 라싸에 있는 조캉사원이다. 186일째 라싸에 도착하여 조캉 성 앞에서 절을 십만 배나 올린다. 절을 하는 데만 두 달이 걸린다. 조캉사원에 있는 석가모니불상을 보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며 그 머나먼 길을 왔던 것이다. 이 불상은 당나라 황제가 630년쯤 티벳을 지배하던 토번왕조(티벳의 고대왕국) 최고의 영웅인 33대 임금 송첸캄포와 평화협상을 위해 자신의 막내딸인 문성공주를 그에게 시집보냈는데 그때 문성공주가 가져온 진신사리(眞身舍利), 즉 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사리가 담긴 불상이다.

 

순례자들은 이 세상 모든 중생이 평안하도록 기원하기 위해 순례를 떠난다.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 참된 선()을 행하는 것이요 윤회의 업에서 해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순례 도중에 죽으면 시체를 조각내어 독수리에게 던져주고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자신을 희생한다.

 

모든 사람이 평안하고 자기도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며 멀고도 험난한 순례길을 가는 티벳인들에 비해 우리는 너무 이기적이고 현세생활에 집착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윤회사상은 근거 없는 것이지만 그들의 영웅적인 열정과 희생정신을 본받아야 하겠다.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 속죄 죽음을 당하신 것을 기념하는 성금요일에 예수님과 함께 고난과 죽음을 겪기 위해 차마고도의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죄의 뿌리인 이기심을 죽이기로 세례 때 결심한 것을 되새겨 야 하겠다. 내가 고쳐야 할 악습이나 나쁜 성질을 찾아내어 죽이자. 황금만능주의와 자기중심주의를 당장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을 중심으로 살고 사랑의 희생과 외유내강을 추구하자. 이웃이 나를 원리원칙에 사로잡히거나 융통성이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면 내가 개인주의에 빠진 옹졸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날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면 이기심에서 해방되고 내세의 영원한 행복을 희망하며 사랑과 기쁨과 열정을 가지게 된다. 사랑과 기쁨과 열정은 하느님의 생명을 이루는 요소이다. 최선만으로는 안 된다. ‘칼끝에 서있다는 자세로 절박하게 목숨을 걸어야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 있다. 물에 빠지면 익사하거나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으려고 결사적으로 버둥대지 않는가?

<201245일 효목성당 박영식 야고보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26일 출간됨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2.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 말씀의 등불 3.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