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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사고방식(연중 제24주일 다해)
   2007/09/13  16:57

하느님의 사고방식

(루카복음 15,11-32, 연중 제24주일 다해)

 

객지에서 방탕하게 살면서 유산을 탕진한 둘째 아들은

굶어죽게 되니까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의 품속으로 돌아왔다.

형의 사고방식은

잘못을 저지른 자는

그 잘못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타락한 동생은 가문의 수치요 고생을 해야 싸다는 것이다.

형은 아버지가 동생에게,

“네가 나의 품을 떠났으니 내 주위에서 얼씬거리지도 마라.”

하고 말씀하거나

동생의 간청대로 날품팔이꾼으로 삼아 고생을 시키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형은 자기가 여러 해 동안 아버지를 극진히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동생을 자애롭게 맞이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형의 사고방식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야 한다는 것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큰아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온 작은 아들이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귀한 자식이라고 진심으로 그를 반겼다.

맏아들은 타락한 자기 동생을 받아들여 기뻐하시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맏아들은 아버지의 이러한 처사가

불공평하고 부당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수님은 위에 제시된 비유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사고방식이 어떠한지 가르치신다.

첫째, 하느님의 자비는 큰아들이 생각하는 정의,

즉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는 인간적 정의를 능가한다.

하느님의 사고방식은

죄인의 죄상을 파헤쳐 내고 그의 죄상을 인정하게 하시며

그의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회개를 기뻐하시는 것이다.

둘째, 하느님은 본질적으로 완전무결하시기 때문에

죄인들이 회개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다.

사람들이 그분을 배신하거나 욕을 해도

그분의 품성에는 아무런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랑으로 넘쳐흐르시는 분이기 때문에

우리를 필요로 하신다.

셋째, 하느님은

작은아들이 회개하기 전에도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한 아버지였던 것처럼,

우리가 죄를 짓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고 계시는 분이다.

아흔아홉의 의인들보다

한 사람의 죄인의 회개를 반기시는

하느님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공평과 원리원칙에 집착하지 말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넷째, 스스로 하느님의 품을 저버리고 나간 작은아들은

이 품속으로 돌아온 반면,

그분의 신비를 이해하려고 애를 쓰지 않는 큰아들은

그분의 품속을 박차고 나가서 다시 안기지 않으려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작은아들이 돌아오자

이젠 큰아들을 집 안으로 들어오도록 거듭 타이르셨다.

하느님은 자기에게 불평하는 큰아들과 같은 사람들을 배척하시기는커녕

자기와 함께 죄인들의 회개를 기뻐하자고 부르신다.

우리는 하느님의 이러한 사고방식을 배워야

그분의 자녀가 될 수 있다.

 

참고도서

박영식, <루가 복음 해설 4. 루가 10,38-15,32. 새 본문 번역과 해설. 성경의 세계 7> 성바오로 2004년, 234-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