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주일 복음 산책
제목 가슴이 쪼개져야 마음을 줄 수 있다(성김대건과 성정하상과 동료 순교자 대축일)
   2007/09/20  11:22

가슴이 쪼개져야 마음을 줄 수 있다

(성 김대건과 성 정하상과 동료 순교자 대축일, 루카복음 9,23-26).

 

비누는 스스로 녹아 자기 형체를 없애버리고 때를 씻어준다.

좋은 비누는 잘 녹는다.

사람도 온 마음을 다해 자기를 희생하면 좋은 비누와 같이 된다.

비누가 녹아 형체가 없어지듯이,

훌륭한 사람도 이웃을 위해 자신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진해버린다.

사랑하는 것은 자기를 소모시켜 가는 것이다.

인생은 얻는 것이라기보다 힘껏 자기를 내어주는 것이다.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 인생이다.

이와 반대로,

사람도 자기 힘을 아끼면 나쁜 비누와 같이 녹지 않아 내던져진다.

일신의 안일을 위해 몸과 마음을 사리고 이해득실에 민감한 사람은

제 기능을 다하지 않는 비누와 같다.

그는 자기를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에는 자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예수님은 자기의 제자가 되기 위해

세 가지 요구사항을 채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첫째, 자기를 부정하고,

둘째,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며,

셋째,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다.

이 세 요구사항은 예수님 자신이 실천하신 것이다.

그분은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인류구원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십자가에 돌아가시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삶은 좋은 비누와 같다.

자기부정은

우리가 자신을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할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예수께만 의지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자기중심적 생활자세 뿐 아니라 자기의 생명까지 다 버려야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다.

십자가를 진다는 말은 날마다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의 인품을 닮으며 복음을 선포하기 때문에

반대나 박해의 표적이 될 때 순교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현세의 번영과 성공에 탐닉하고 물질적 안정에 의지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기를 버리지 않는다.

그는 자기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실현하지도 못하고

영원한 생명도 얻을 수 없다.

비록 신체적 생명을 확보할 수는 있을지라도

내세신앙이 없어

영원히 지속하는 진, 선, 미, 사랑보다

사라지고 마는 가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가 따르지 않는가에 따라

자기실현이나 자기상실이 결정된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자기의 말씀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을 배신자로 여기고

하느님의 심판대전에서 그들을 부끄럽게 여겨 배척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날마다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우리를 부르셨다.

이 부르심에 따라 우리는

하느님과 이웃에게 필요한 존재,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과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되려고 애를 쓴다.

주님과 이웃을 향해 마음을 드높이 올리자.

“나의 가슴이 쪼개지지 않고서 어떻게 열릴 수 있겠는가?”

                                       

 

참고도서

박영식, <루가 복음 해설 3. 루가 7,1-10,37. 새 본문 번역과 해설. 성경의 세계 7> 성바오로 2004년, 13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