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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야에서 바친 내 젊은 시절의 순정(대림 제2주일)
   2008/12/05  8:34

광야에서 바친 내 젊은 시절의 순정

 

마르코복음 1,1-8

 

 

기원후 28∼29년

인류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이 일어났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 메시아께서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는 팔레스티나에

나타나셨다.

세례자 요한은

인파가 넘실대는 예루살렘 시내가 아니라

황량하고 척박하고 인적이 끊긴 광야에

나타나서

메시아가 오고 계시니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메시아를 모시기 위해

광야에서 준비해야 한다.

광야는 정화의 장소요

구원이 베풀어지는 곳이다(호세 9,10).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느냐?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이사 43,19).

 

이스라엘 백성은 40년 동안

시나이 광야를 건너가면서

시련 속에서 정화되고

구원을 체험했다.

하느님은 시나이 광야 가운데 있는

시나이 산에그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은 십계명을 받아

그분의 백성이 되어

구원의 축복을 받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아가 바로 이러한 광야로 오신다고 여겼다(마태 24,26).

 

광야에는

메시아의 선구자 요한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다.

광야에는

도시의 화려한 건물이나

각양각색의 광고물이나

물질 만능을 조장하는 유혹이 없고

가난과 고독과 시련밖에 없다.

바로 이런 곳이 메시아께서 계시되는 장소이다.

이 영적 광야를 체험하는 이들 안에 임하신다.

영적 광야는 하느님 말고

그 어떠한 사람이나 물질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마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주님이 오심을 준비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세생활에 집착하면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이웃의 기쁨이나 슬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허와 고독의 심연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하느님보다

이 세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자들은

어둠과 죽음의 세계 속에 갇히고 만다.

마음이 있어야

상대방의 말이 들린다.

마음이 딴 곳에 있으면

귀와 눈은 멀고,

마음이 없으면

들어도 들리지 않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메시아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는 세례자 요한의 말에

마음을 기울여야

참된 사랑과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생각머리가 흐리멍덩하면

  훤한 대낮에도 악귀가 나타난다”(채근담).

 

마음 바탕이 맑아야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

시련이란

진실로 통하는 으뜸가는 길이다(바이런).

 

내 마음이

시련과 정화의 장소인 광야처럼 되어야

예수 메시아의 구원을 체험하고(마태 24,26)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인간관계에 실망하고

삶의 무의미를 통감할 때마다

광야를 즐겨 찾는다.

이런 광야에서

사랑과 우정과 재기의 힘을 다시 찾아내곤 한다.

물이 없어

씨 뿌리지 못하던 내 인생의 사막 시절,

황량하고 척박하며

아무런 돌파구가 없었던 시절에

하느님은 내 곁에 와서

내 어깨를 살며시 잡아주셨다.

 

“네 젊은 시절의 순정과

  신부 시절의 사랑을 내가 기억한다.

  너는 광야에서,

  씨 뿌리지 못하는 땅에서

  나를 따랐다”(예레 2,2).

 

광야는 황량함 가운데서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누구든지 인생의 황량함을 체험하지 않고서는

종교의 위안,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없다.

 

“쉽고 편안한 환경에선

  강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만

  강한 영혼이 탄생하고,

  통찰력이 생기고,

  일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며,

  마침내 성공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역경에 대해서

  늘 하느님께 감사한다.

  나는 역경 때문에 나 자신,  나의 일,

  그리고 나의 하느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Helen Keller).

 

“예수님, 고난과 시련에 직면하여

  고난을 이겨내는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평탄한 삶보다

  고난을 주시되

  이 고난을 이겨낼 힘을 주소서.”

 

 

                        신간안내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

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