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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의 극치 속에서 임금으로 등극하신 예수님(그리스도왕 대축일)
   2010/11/19  19:1

 그리스도 왕 대축일

 

 

 루카복음 23,35ㄴ-43

 

 

신촌 세브란스 병원은 조선 말기 1885년에 개원한 광혜원 (廣惠院)을 기반으로 세워진 한국 최초의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이 세워진 경위는 이러하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의사인 선교사 알렌이라는 분이 한양에 와서 제대로 된 병원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너무나 딱하게 여겼다. 병원을 지으려고 뉴욕으로 가서 모금운동을 했는데 어느 젊은이가 자기 전 재산 1만불을 내놓으며 병원을 지으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그 선교사는 1904년 병원을 짓고 병원 이름을 그 기증자의 이름에 따라 ‘세브란스’라 불렀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안에는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되어 한국의 서양 의학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57년에 세브란스 의과대학이 연희대학교와 통합하면서 연세대학교로 발전했다.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되었다. 세브란스 병원은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 445호이다. 1904년 병원을 세운 이래 백년 이상이나 매년 미국 북장로교회에서 헌금을 보내왔다. 세브란스 병원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 북장로교회 당국자들을 초대했더니 자기들은 초대될 자격이 없고 세브란스씨의 자녀들과 손자들을 천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브란스씨의 자녀들과 손자들이 익명으로 북장로교회를 통해 헌금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선행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무도 그것을 몰랐단다. 우리 같으면 돈을 정확하게 받았는지 확인 전화쯤은 하고도 남았을 텐데. 확실히 송금이 된 것을 알았어도 과시하려고 정말 돈을 받았는지 전화질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브란스씨의 후손들은 그가 뿌린 사랑의 씨앗을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계속 키워 나왔던 것이다. 선행이나 자선은 가정에서 부모님의 모범으로 시작하고 꽃을 피운다.

한국에서 세브란스 병원은 다섯 개밖에 안 되는 최상위 병원들 중 하나이다. 한국의 의학발전과 수많은 목숨을 구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한 병원이다. 세브란스씨는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제2 예수님으로 대우하려고 자기의 전 재산을 내놓았다. 그에게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이 온 세상의 임금님이시었다.

 

예수님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는 정치범으로 처형되셨다. 그 배경은 대 헤로데 왕이 죽은 뒤 폭도들이 각처에서 임금으로 자처하며 공공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에 로마 군인들이 사태를 평정하기 위해 유다인들을 살해하여 피바다를 만든 데에 있다. 유다인들과 로마인들은 폭도들이 왕권을 찬탈하기 위해 폭동과 무질서를 일으키는 데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성전을 정화하심으로써(마르 14,58 병행) 무질서와 소요를 초래하고 자기들의 기득권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빌라도 총독은 예수님을 제거해야 한다는 제사장들의 고발을 듣고 예수님을 국가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로마제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인물로 간주하고서 그분을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 예수님은 목숨만 잃어버리신 것이 아니었다. 입고 계신 옷마저 빼앗기고 발가벗겨지셔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까지 박탈당하셨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형을 받은 죄수 하나는 예수님의 죽음이 내는 구원의 힘에 이끌려 회개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께서 죽은 이를 일으키시는 것을 보고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도둑은 그분께서 사형에 처해지시는 것을 보고도 믿는다”(A. Plummer).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그에게 낙원(하느님의 왕국)을 약속하고 당신과 함께 영원히 행복의 극치 속에 살게 해주셨다. 또 예수님은 원수들이 당신을 죽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가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예고하셨지만(루카 23,28-31) 그들을 용서해 주십사고 아버지께 기도하셨다. 원수사랑을 가르치신 예수님은 이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다. 인류를 서로 화해시키고 평화를 이룩하시는 임금이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왕권이 계시되는 곳이다. 하느님은 “이 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고 조롱거리가 되신 예수님을 부활시키시어 참된 ‘유다인들의 임금’, 전 인류의 임금이요 구세주이심을 증명하셨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당하고 살해되신 예수님을 기억하면 그분을 사랑할 마음이 생긴다. 사랑받는다고 느끼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면 자기 인생이 아름다운 선물임을 알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으며 아무리 어려운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면 그분을 임금으로 모시고 그분을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 세브란스씨와 그의 후손들처럼 전 재산은 아니더라도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예수님이 전 인류의 임금님이심을 보여줄 뜻이 있는가? 그래야만 예수님의 신하가 되어 영원히 예수님의 왕국에서 예수님과 함께 살 수 있다. 쉬는 교우들이나 비신자들이 우리의 복음선포에 대해 쌀쌀맞은 반응을 보여도 위축되지 않고 더욱더 열정을 가지고 복음을 선포하는가? 이웃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그들도 나에게 정을 준다. 나의 행복은 내가 남을 행복하게 하려고 애쓰는 것에 달려 있다.

 

 

 

신간서적

 

박영식,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I. 주일 복음 묵상․해설(가해)>

가톨릭신문사 2007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

(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

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