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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예수성탄대축일)
   2010/12/24  11:52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예수성탄대축일)

 

루카복음 2,15-20

 

마태오복음(2,11)에 보면,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셨을 때 성 요셉과 성 마리아는 베들레헴에 살고 있었고 거기에 집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아기예수님이 거의 두 살이 될 때까지 베들레헴에 머물렀다(마태 2,16). 이와 달리, 루카복음(1,26; 2,4)에는 마리아와 요셉은 나자렛에 살다가 다만 인구조사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갔다. 그때 그들은 아기예수님을 구유에 뉘었는데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예수님의 탄생 후 거의 2년 동안 베들레헴에 머물렀다는 언급은 없다. 성경학자들은 마태오복음의 기록이 실제 상황을 가리키고, 루카복음의 기록은 신학적인 해설이라고 여긴다.

루카복음에서 아기 예수님이 방이 없어 구유에 탄생하셨다는 말은 집주인이 몰인정했다거나 당신의 부모가 가난했기 때문이 아니다. 하느님이 아기 예수님을 보호하고 보살피신다는 뜻에서 구유에 눕게 하셨다는 신학적인 뜻이다. 구유는 가난과 불행을 뜻하지 않고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부양하고 보살피심을 상징한다. 이는 이사야 예언서에 암시되어 있다. “소가 제 임자를 알고, 나귀가 제 주인이 놓아준 구유를 알건만, 이스라엘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이사 1, 3). 또한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주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현존이 목자들 주위에 찬란히 빛났다는 말(루카 2,9)도 예수님이 가난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구유에 누워 계신다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보호를 받고 계심을 암시한다. 예수님이 겸손하게 또는 비천하게 구유에 탄생하셨다고 여길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분은 갓난아이의 사지를 곧게 해주는 포대기에 싸매져서 하느님의 보호를 받으셨다(루카 2,12). 이런 뜻에서 이스라엘의 왕들 중에서 가장 부요했던 솔로몬도 “나도 포대기에 싸여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났다”(지혜 7,4) 하고 말했던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이 당신 아들 예수님을 구유에 탄생하게 하신 것이 우리를 온갖 불행과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할 준비를 하시기 위함임을 기억한다. 그러면 구유를 바라볼 때마다 하느님의 사랑과 보호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인간의 기구한 운명을 떠맡으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선물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힘을 주신 것이다. 이 사랑을 이웃에게 증언하는 사람만이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일에 집착하면 가족이 짐으로 느껴지겠지만 일보다 삶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면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임을 깨달을 수 있다. 애인의 결점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하지 않는 증거이다. 여성을 소중히 지킬 수 없는 남자는 여성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또한 남편이 결점이 있다는 것을 아내는 하느님께 감사해야 한다. 결점이 없는 남편은 위험한 감시자다. 남편이 없는 여자는 울타리 없는 집이나 건반이 빠진 피아노와 같다. 그런데도 불행하게도 오늘날 많은 남편들이 외로워하고 쓸쓸해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죽으나 사나 “아내, 마누라, 집사람, 와이프(wife), 아이 엄마”만 찾는다. 그러니 아직 젊을 때 아내가 고마운 존재임을 인정하고 깨어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부드럽게, 자상하게 배려하자. 이상적인 남자는 남자의 강인함과 여자의 부드러움을 함께 가지고 있다. 남자는 여자의 사랑으로 순수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모두 낯선 사람들의 사랑과 친절로 살아간다. 타인들은 모두 내 삶의 은인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도, 내 가족의 무사함도 다 타인 덕분이다. 주는 것도 기쁨의 한 조각이 되고 주고나면 누군가가 다시 채워준다. 같이 웃고 울고 안아주고 서로 관심을 기울여주며 타인에게 내 삶을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주며 그를 보살펴주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구유조배를 할 때마다 이웃을 보살펴주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박영식 야고보 신부>

 

 

신간서적

 

박영식,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I. 주일 복음 묵상․해설(가해)>

가톨릭신문사 2007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

(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

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