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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생과 영복은 내 마음이 머무르는 곳에 있다.(부활 제3주일)
   2011/05/06  19:43

영생과 영복은 내 마음이 머무르는 곳에 있다.

(부활 제3주일)

 

루카 24,13-35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예수님의 무덤이 비었다는 것과 그분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그분의 부활을 믿지 않았다. 그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따를 수 있었던 근거는 두 가지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성경의 뜻을 풀이해주시고 빵 기적을 일으켜 빵을 쪼개 그들을 배불리 먹이셨을 때 보여주신 동작을 보자 비로소 그분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나자렛의 예수님으로 알아보았던 것이다.

 

성경이 하느님이나 예수님이 지금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라고 믿고 따르는 이유는 예수님이 세상종말에 이르기까지 늘 우리와 함께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만나 뵙고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기 위해 성경을 읽는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예수님이 빵을 쪼개실 때 믿음의 눈을 떠서 그분을 만나 뵌 것은 그분이 훗날 초대교회의 성찬전례 안에 현존하신다는 믿음의 뿌리이다. 그 당시 루카복음의 독자들은 예수님이 식탁에서 엠마오의 두 제자들 가운데 임하신 것이 자기 교회의 전례 안에 현존하시는 것과 유사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미사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신비가 재현되는 예절이다.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따라서 이 말씀을 생생히 기억하면 예수님을 강열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인간은 기억을 연료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수많은 기억들이 모여 나를 형성해 간다. 나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기억으로 그분의 제자가 되고 그분을 향한 사랑으로 불타게 된다. 기억은 마음이 닿는 곳에 머무른다. 내 마음이 예수님께 가 있으면 예수님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는 법이다. 예수님이 과거에 베푸신 구원은 우리의 기억을 통해 새로 구현되고 오늘의 삶에 의미를 준다. 하느님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를 향한 사랑을 증명하셨다는 것을 기억하면, 또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목숨을 희생하셨다는 것을 기억하면, 우리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찬다. 하느님이 오늘 이 순간까지 우리를 보살펴주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면, 우리 마음속에 감사의 정이 솟아오른다.

 

내 기억의 모든 것이 추억으로 끝나더라도 예수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추억의 한 장이 되는 인연, 빛바랜 사진처럼 남는 인연, 오늘 그를 잠간 만나고 마는 인연, 추억조차 되지 못하는 인연이 있다. 그러나 예수님만은 추억만 될 수 없고 언제나 나의 현실이고 나의 삶을 의미심장하게 해주시는 분이다.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주 예수님을 내 인생의 동반자로 모시면 어두운 밤길이나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구원받고 기쁘게 살 수 있다. “곤경 속에서 내가 주님을 불렀더니, 주께서 응답하시고 나를 넓은 곳으로 이끄셨네. 주께서 나를 위하시니 나는 두렵지 않네.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 온갖 민족들이 나를 쓰러뜨리려 그렇게 밀쳤지만 주께서는 나의 구원이 되셨네. ? 나는 정녕 죽지 않고 살리라. 주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리라. 주께서 나를 엄하게 벌하셨어도 죽음에 내버리지는 않으셨네”(시편 118,5-6.13-14.17-18). 나는 이 말씀을 듣고서 아버지께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이 그분의 권능으로 원수들과 죽음을 이기신 승리자임을 깨달았다. 나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믿고 따르기 때문에 날마다 예수님 생각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낮에 다시 예수님을 기억하고 저녁에 내 마음과 머리를 또 다시 그분 생각으로 가득 채운다.

 

잃어버린 것만 헤아리면 더 허전한 반면, 얻은 것만을 헤아리면, 누군가를 사랑했고 따뜻하게 해준 사람을 기억하면 행복하다. 좋은 것을 기억하면 좋은 성격을 갖추고 행복해진다. 오늘 손은 찬데 마음은 따뜻한 분이 기억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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