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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이 만든 쓰레기를 대신 치워주는 사람이 예수님을 닮는다(연중 제16주일)
   2011/07/16  15:27

남이 만든 쓰레기를 대신 치워주는 사람이

예수님을 닮는다(연중 제16주일)

  마태오복음 13,24-30

 

  현대문명이 쓰레기를 만드는 문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모든 나라가 산업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야단법석을 떤다. 결국 온갖 폐기물이 땅과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질병을 일으킨다. 그러니 현대문명이 죽음을 조장하는 문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성 싶다. 쓰레기나 오물을 만들지 않고는 살 수 없지만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줄이고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 쓰레기는 제 갈 곳이 있다. 쓰레기나 오물이 쓰레기통에 가지 않고 깨끗한 옷에 묻으면 옷에 때가 묻어 옷을 버리게 만든다. 이처럼 죄라는 히브리말의 어원적인 뜻은 ‘표적을 빗나가다’이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담아야 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꼭 지켜야 할 규범이나 표준, 즉 하느님의 말씀, 법, 양심 등 윤리규범이 있다. 죄를 짓는 이는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의무나 책임이나 법규를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러한 표준에서 벗어나서 마음이 비뚤어진다. 창밖으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누런 액체를 내뱉는 사람은 본래 청결을 지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때 묻게 하여 더럽히고 자신을 불결하게 한다. 죄라는 말은 이런 ‘때’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마음이나 양심에 때가 묻으면 복장이 새카맣거나 양심이 불량해진다. 그의 인격이 이러한 잘못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인 결함을 입는다.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아 후손에게 ‘쓰레기’만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의 쓰레기를 치우고 ‘보물’을 물려주고 가는 사람도 있다. 남이 버린 오물을 줍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의 더러운 찌꺼기를 청소한다. 생명을 파괴하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은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이와 반대로, 표준에서 빗나가는 우리 삶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악취를 내뿜고 이웃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며, 하느님도 우리를 떠나가시고 만다. 나 혼자 이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 수 없다. 각자가 연대책임을 지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단 한번 주신 이 아름다운 세계와 인생을 쓰레기로 더럽히지 않고 더 아름답게 가꾸다가 떠나가야 하지 않을까?

 

 

깨끗한 거리보다 다소 지저분한 곳이 더 친밀하게 여겨지는 것은 왼 일일까? 내 삶의 ‘찌꺼기’를 거리낌 없이 내버릴 수 있어서 다소 불결한 곳이 정답게 비쳐지기도 한다. 이는 내 마음이 ‘오물’로 더럽혀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세례성사 때 예수님의 속죄 죽음에 힘입어 이 오물을 말끔히 씻고 깨끗한 마음을 받았는데도 예수님을 닮으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에 더럽거나 그늘진 곳을 다시 찾고 이웃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잘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결점은 우리 눈앞에 있고, 우리 자신의 결점은 우리의 등 뒤에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도하고 돈을 위해 진리를 왜곡하거나 조작하기 일쑤인 우리나라 언론매체들처럼, 세상이 완전히 썩었다거나 말세라고 개탄하고 염세주의에 빠지거나 현실과 이웃을 비판만 하기에 이른다.

 

 

우리 주변에 가라지나 기생충 같은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꼴을 볼 때마다 비애를 느껴 세상을 한탄하거나 복수심에 불타기도 한다. 죄악을 박멸하는 죽음이 좋은 것이라고 여겨 악한 사람들의 죽음을 기뻐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심판이 하느님의 특권인데도 죄인인 사람이 그것을 가로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漁父辭, 屈原). 세상이 혼탁하든 깨끗하든 그것이 내 인생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세상을 바꾸려고 애써야 하겠지만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거나 염세주의에 빠지지 말고 제 인생을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하느님은 죄인들을 당장 심판하지 않고 회개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죄 없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인생여정이 아무리 죄악으로 점철되어왔다 하더라도 하느님은 우리를 용서해주고 인내로이 회개를 기다리고 계신다. 이처럼 하느님은 공평하시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공존을 허용하며 죄인들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본받아 우리 자신과 원수들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 기도해야 하겠다.

 

 

 

“사랑과 연민, 인내는 세상 모든 종교의 본질이다. 나의 진정한 믿음 또한 이러한 자애로움 속에 깃들어 있다. 일상 속에서 당신은 반드시 자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애로움에서 비롯된 행동을 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는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자애로운 사람’이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달라이 라마).

 

 

 

 

 

 

 

잘 읽히는 서적

 

 

박영식,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

 

(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

 

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바오로딸. ☎ 053-382-1004

 

-----, <말씀의 등불 2.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 053-382-1004

 

------, 말씀의 등불 III. 주일 복음 묵상?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010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 053-38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