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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인간됨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다(연중 제15주일)
   2011/07/09  15:59

나의 인간됨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다(연중 제15주일)

 

마태오복음(13,1-23)

 

종교는 다 자란 나무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가지고 가는 것과 같다. 결혼이나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이나 모든 사람들의 생애가 다 작은 씨앗을 가꾸어 큰 나무로 키워 나가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좋은 토양에 씨를 뿌려 꾸준히 정성껏 가꾸어야 많은 열매를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씨는 뿌린 대로 거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처럼 딱딱한 땅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씨앗은 봄이 와도 발아하지 못한다. 씨를 뿌리고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햇빛과 싸울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열매를 거두어들일 수 있다.

 

활짝 핀 목련은 가장 아름답게 폈다가 비참하게 시드는 꽃이다. 겨울바람을 이기고 꽃을 피웠다가 비바람에 꽃잎을 떨어뜨리고 만다. 그러나 꽃을 떨어뜨린 뒤 푸른 잎을 낸다. 꽃이 시들고 잎이 다 떨어져도 씨앗은 남아 있다. 이처럼 모든 부정적인 만남이나 사건들 안에도 긍정적인 씨앗이 담겨 있다. 내 마음 속에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씨를 뿌려놓고 말과 행동으로 좋은 열매를 준비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큼 착하고 용서할 수 있다. 사랑의 힘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인내하고 보살펴주는 헌신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나 사랑의 길은 꽃길이 아니라 고행의 길이다.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고 슬픔을 거름으로 사랑을 키워야 한다. 사랑의 길이 못 견디게 힘들 때 목련꽃을 바라보자.

 

오늘 예수님은 하느님 왕국의 복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씨가 뿌려진 여러 상황에 비유하셨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새들의 먹이가 되고 만다(마태 13,4). 이 비유는 마음이 완고하여 예수님이 선포하시는 하느님 왕국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수님을 믿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의 상황을 가리킨다(마태 13,18-19). 씨가 돌밭에 뿌려진 것은 하느님 왕국의 복음을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복음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를 받게 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즉시 걸려 넘어져 복음을 저버리는 사람들을 상징한다(마태 13,20-21). 씨가 가시덤불 속에 떨어진 것은 현세걱정과 재물의 유혹에 넘어가서 하느님 왕국의 복음을 저버리는 이들의 상황을 상징한다. 위 세 경우와는 반대로, 비옥한 토양에 뿌려진 씨는 열매를 내는데 어떤 것은 백배, 다른 것은 예순 배, 또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마태 13,8). 이러한 토양은 하느님 왕국의 말씀을 실천하여 이 말씀으로 거룩하게 되는 제자들을 상징한다. 그들은 산상설교에 수록된 말씀(마태 5,1- 7,29)을 지키는 이들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왕권이 그들의 삶 가운데 풍성하게 실현된다. 이러한 결실은 인간적인 힘에 달려 있지 않고 하느님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복음을 실천하여 하느님을 기쁘게 하고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내는 사람이다. 사랑의 길을 너무나 힘들게 걸어가는 이웃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람도 많은 열매를 내는 씨앗과 같다. 사랑에서 나온 말 한 마디는 듣는 사람에게 평생 영향을 주고 그의 마음속에 뿌려진 씨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여 많은 열매를 맺게 해준다. 그러기 위해 가장 소중한 꽃을 버릴 줄 알기 때문에 새 잎을 내는 목련처럼 되어야 하겠다.

 

사랑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를 버려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자기중심주의나 현세생활이나 재물이나 명예에 대한 집착이다. 이러한 집착 때문에 사랑할 힘을 잃어버리면 하느님과 모든 사람의 인격의 존엄성은 무의미하게 된다. 재물이 현세생활을 위해 필요하지만 재물을 최상으로 여기면 사람은 재물의 노예가 되어 하느님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이웃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기에 이른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다 내어주었다 해서 그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자리는 더 커진다. 마음속에는 사랑을 지하수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오게 하는 샘이 있다. “그 샘은 컵에 든 물처럼 마시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푸고 퍼낼수록 샘솟는 신비의 샘이다. 오직 우리가 자신의 그 샘을 푸고 퍼내지 않아 막히고 마르고 버려져 있을 따름이다”(구상, ‘인정이야기’, <두 이레 강아지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구상 신앙 시집> 바오로딸 2001년 123쪽) 이러한 사랑의 샘물을 아끼지 말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끊임없이 퍼내는 사람은 씨 한 알이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는 비옥한 토양처럼 하느님을 닮아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요 그들이 좋든 나쁘든 가리지 않고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이 가장 완성된 사람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모른다. 모든 사람을 위한 관심과 배려와 노력만이 사랑의 영원성을 보장해준다. 당신은 모든 사람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인가?

 

 

잘 읽히는 서적

박영식,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

(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

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 053-382-1004

-----, <말씀의 등불 2.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 053-382-1004

------, 말씀의 등불 III. 주일 복음 묵상?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010년

판매처: 대구 복현성당, ☎ 053-38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