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주일 복음 산책
제목 베풀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이다(연중 제32주일)
   2012/11/10  12:28

베풀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연중 제32주일)

마르코복음 12,38-44

 

 

천주교 신자들은 1세기 중엽부터 미사 때 자기 삶을 헌금으로 하느님께 바치기 시작했다. 헌금은 사랑의 행위요(2코린 8,8) 가진 이들과 가지지 못한 이들 사이의 일치와 유대를 이루는 하느님의 은혜요(사도 10,2; 11,29-30)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지키는 신앙고백이며 공적인 예배행위이다(2코린 9, 12). 사랑은 자선처럼 눈에 보이는 방법으로 증명되어야 살아 있는 참된 사랑이다. 그러나 십계명 위주의 신심을 배운 신자들은 선행을 의무로 보지 않고 자랑거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른 종교인들에 비해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들이 헌금에 인색하다는 평을 듣는 이유는 십계명만 지키면 구원받는다고 착각한 데 있는 것 같다. 십계명으로는 자기희생과 선행을 추구할 열정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나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어서 십계명이 제 효력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그리스도교 믿음으로 살아온 북미나 서유럽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매월 다섯 가지나 열 가지 헌금을 하는 것 같다. 기부문화가 서민들 가운데 자리를 잡은 것이다. 세계적인 재벌들도 굶주림과 질병 퇴치와 장학재단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조건 없이 내어놓는다.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60?70퍼센트의 성공한 사람들이 획득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일본에서는 30퍼센트가 그렇게 한다는 통계가 나왔다(2006년). 그러나 한국에서는 부자들 중 5.5퍼센트만 부를 사회에 되돌려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들이 자기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에게 반감을 느끼는 것 같다.

 

2010년 말 우리나라 직장인 856명을 대상으로 조산해본 결과 정기적으로 자선활동을 하는 직장인은 그중 절반에 가까운 49.4퍼센트였다. 자선활동 횟수는 ‘월 1회 정도’가 85.4퍼센트, ‘1분기 1회 정도’(5.4퍼센트), ‘주 1회 정도’(4.2퍼센트), ‘연 1회 정도’(1.9퍼센트)였다. 자선을 하는 이유로는 ‘마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44.3퍼센트),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서’(38.8퍼센트),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어서’(23.3퍼센트), ‘기타’(13.6퍼센트), ‘회사의 공식 활동이라서’(4.9퍼센트), ‘종교 때문에’(4.7퍼센트) 들이었다. 자선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ARS 모금 참여’(40퍼센트), ‘기관 후원’(3240퍼센트), ‘포털사이트 포인트 기부’(25.640퍼센트), ‘국제구호단체 들 같은 모금운동 참여’(20.6퍼센트), ‘물품 나눔’(14.4퍼센트), ‘1:1 아동후원’(12.3퍼센트), ‘결식아동 후원’(10.6퍼센트) 들이었다.직장인 856명을 대상으로 기부활동에 모범이 된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한 결과 션-정혜영 부부, 기부천사 김장훈, 차인표-신애라 부부(10.4퍼센트), 김제동, 문근영, 최수종-하희라 부부 순서였다(디지털뉴스팀 손봉석 기자: 2010년 12월 17일).

 

참된 자선은 가난한 이들에게 돈 몇 푼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굶주림과 시련과 소외와 아픔에 동참하여 도움을 베푸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선사업을 하면서도 성질이 포악하고 아량이 없으며 독선과 아집을 부리는 사람은 자선을 빌미로 자기를 주장하는 사람일 따름이다. 참된 자선가는 남을 돕기 위해 체면과 위신과 자존심을 다 버릴 줄 아는 사람이요 마음속에 자비가 가득 찬 사람이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자선사업을 시작할 때 빵 가게를 찾아갔는데 주인은 재수가 없다고 그에게 침을 뱉고 내쫓았다. 그러나 수녀님은 “저에게는 침을 주셨으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빵을 주십시오.” 하고 간청해서 빵을 얻었다. 수녀님은 자존심을 다 없애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사셨다. 그것이 참된 자선이요 성공한 인생이다.

 

자선은 가정에서 배우는 미덕이요 습관이다. 어린이는 불쌍한 이들을 돕는 부모님을 본받는다. 부모님이 인색하면 자녀들도 그러하다. 남을 돕는 일을 6주 정도 계속하면 습관이 되어 자비로운 사람이 된다. 습관은 오래 계속된 실천이며, 결국에는 그 사람 자신이 된다. 하기 싫은 일도 계속 되풀이 하면 습관이 되어 나중에는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좀이 수실만큼 감미로운 것으로 변한다. 습관은 처음에는 우리가 길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습관이 우리를 지배하고 운명을 바꾼다. 좋은 습관이 덕(德)이다.

 

자비로운 사람이 되려면 우선 자비를 베푸는 일을 의무로 여기고 이 일을 계속 되풀이해야 한다. 우리나라 천주교 초창기 역사에서 북경에 가서 세례를 받은 이 승훈 베드로는 사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자기들끼리 신부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기고 자기와 성 권일신, 성 이존창, 성 유항검, 성 최창현을 신부로 뽑아 가성직제도(假聖職制度)를 만들고, 이들은 전국 각지에 파견되어 세례성사, 고해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를 집전한 것 같다. 파리 외방 선교회 달레(Ch. Dallet) 신부의 기록에, 그들은 대죄는 체벌로 다스리고, 소죄의 경우에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 베풀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희생하기’ 들을 보속으로 주었다. 훗날 그들은 북경의 주교에게 문의하여 이러한 가성직제도(假聖職制度)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자발적으로 해체하고 사제를 모시기로 결의했다. 그들이 준 보속은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본받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루카 6,36)을 지키는 것이라 하겠다.

 

행은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을 제2 예수 그리스도로 대우하는 활동이다. 예수님은 승천하시며 당신을 만나 뵐 수 있는 방법으로 당신을 그들과 동일시하셨다(마태 25,35-45). 당신을 만나려면 그들을 만나 도우라고 이르셨다.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곧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냉수 한잔을 주는 사람도 보상받는다(10,42). 그것은 곧 예수님을 대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5,35.40). 예수님을 많이 사랑하는 이는 하느님께 많은 죄를 용서받는 반면, 예수님을 적게 사랑하는 사람은 적게 용서를 받는다. “사랑은 많은 죄를 덮습니다”(1베드 4,8). “사랑이 적으면 적을수록 과오도 그만큼 크다”(이탈리아 속담). 죄인은 선행을 하지 않고 예수님을 닮지 않는 자이다. 나아가서, 예수님은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받는 반면, 자기 돈이라고 해서 제 마음대로 자기만을 위해 쓰는 사람은 심판을 면할 수 없다고 이르셨다(마태 25,31-46). “물은 타오르는 불을 끄고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 3,30). “네 곳간에 자선을 쌓아 두어라. 그것이 너를 온갖 재앙에서 구해 주리라”(집회 29,12).

 

사람이나 짐승이나 기쁨을 체험하는 것은 몸속에 엔도르핀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좋은 호르몬이 제일 많이 분비되는 경우는 선행을 해서 자기를 실현했을 때이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합니다”(사도 20,35). 우리는 선행으로 고독과 외로움에서 해방되어 보람과 긍지와 기쁨을 누린다. “인간은 타인을 도울 때를 제외하고는 고독하다”(Erich Fromm, 사랑의 기술). 자선과 봉사활동을 하며 느끼는 기쁜 감정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계속 지속되는 희열이다. 자선과 봉사활동이 습관이 된 사람은 천국에서 영원히 계속되는 기쁨과 행복의 극치 속에서 산다. 사랑과 기쁨과 열정은 하느님의 생명을 이루는 요소이다. 그러나 베풀지 않는 것은 하느님의 생명을 거절하고 스스로 영원한 지옥으로 뛰어내리는 자살행위이다.

 

자선이나 선행으로 자기의 존재이유를 실현한 사람은 어둠과 좌절과 증오와 불의 속에서 사는 모든 사람에게 빛과 희망과 사랑과 정의를 베풀고 이 지구를 행복한 곳으로 만든다. 만족하는 사람은 남에게 베풀 줄 안다. 베풀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만큼 용서하고 선할 뿐이다. “사랑은 쉽게 변하기에 더욱 사랑해야 한다”(William Somerset Maugham, 달과 6펜스). 우리 마음속에서 사랑이 끊임없이 솟아 나와야 살아 있는 사랑이 된다. 그러지 않으면 사랑은 시들어버리고 만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가, 나, 다해) 가톨릭출판사

-----,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 마르코 복음 해설.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1쇄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초판 2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

          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 초판 2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

          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초판 3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초판 1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 초판 2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