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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틀니 하나로 비스킷 하나를 나누어먹는 부부(성가정 축일)
   2012/12/28  12:25

틀니 하나로 비스킷 하나를 나누어먹는 부부

(성가정 축일)

 

루카복음 2,41-52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장면이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보도하는 잡지 중 하나가 라이프’(life) 잡지다. 공항 대합실에 아주 가난하게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앉아서 비스킷을 먹는 장면이 사진에 찍혀 얼마 전 라이프지에 실렸다. 가난해서 음식을 주문하지 못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작 비스킷 하나와 홍차를 하나씩 주문했다. 비스킷 반을 잘라 할아버지가 먹었다. 그리고 틀니를 빼어 닦아서 할머니에게 주었다. 할머니가 그 틀니를 끼고 나머지 반을 먹었다. 너무 가난하여 틀니조차 자기 것이 없고 하나를 가지고 교대로 사용하는 장면이다. 비스킷도 하나요, 홍차도 한 잔이요, 틀니도 한 개요, 몸도 하나요, 생각도 하나요, 모두가 하나였다

 

위 부부처럼 우리 부부도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배려하는 일심동체가 되려면 하느님을 가장으로 모시는 성가정을 본받아야 한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성모님과 성 요셉과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중심으로 성가정을 만드셨다. 예수님은 혈연으로 만들어진 인간적 가정을 하느님의 뜻을 지키는 성가정으로 승격시키셨다. 부모에게 순종하고 효도하신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는 것이 부모에게 순종하고 효도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의무라고 가르치셨다(루카 11,27-28). 예수님이 이루신 성가정에 속하기 위해 그분의 신비를 믿고 따라야 한다. 성모님은 이 믿음의 길을 충실히 걸어가셨다.

 

성모님은 예수님이 하느님을 당신 아버지라고 부르신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예수님의 신비를 묵상하고 이 신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신비를 알아듣기 위해서 가슴에 칼을 맞는 것 같은 고통을 당하셨다. 시메온이 성전에서 마리아에게 불길한 예언을 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입니다.”(루카 2,35). 성모마리아는 이 세상에 평화 대신에 칼을 주러 오신 예수님의 신비를 믿고 따르기 위해 칼을 맞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마태 10,34-36; 에제 14,17 참조). 이 고통은 마리아가 여느 이스라엘의 여인처럼 가정관계를 뛰어넘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예수님의 신비를 믿고 따르기 위해 겪어야 하는 난관을 가리킨다(루카 18,19-21; 12,51-53). 마르코복음(2,21; 3,31-35)에 보면, 마리아와 예수님의 형제들이 예수님을 정신이 나갔다고 여겨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 이는 마리아가 예수님의 신비를 알아듣지 못했으며 이 신비를 알아듣기 위해 칼을 맞는 것 같은 고통을 당한다는 뜻이다.

 

 

성가정의 목적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실현하고 인류구원의 요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 가정도 성가정을 본받아 가족들과 이웃의 구원을 위한 요람이 되어야 한다.

 

 

교회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가정은 바실리오 성인(기원후 330-379)의 가정일 것이다. 그의 할머니 마끄리나, 아버지 바실리오, 어머니 에멜리아, 큰누나 마끄리나, 동생 니싸의 그레고리오와 세바스테아의 베드로, 이 모든 분이 성인품에 올랐다. 바실리오 성인은 아리우스 이단(성자와 성령은 다른 모든 피조물과는 다른 성부의 피조물이라고 주장한 이단)을 몰아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불우이웃 돕기에 열정을 쏟아 부었고, 성직자들의 성화를 위해 애썼으며, 훌륭한 설교와 박학한 저서로 교회의 박사, 동방수도자들의 아버지로 공경을 받고 있다. 우리의 가정에서도 성인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온 가족이 함께 구원받고 이웃을 구원으로 인도해야 가정의 존재이유가 실현된다. 가족들은 서로 구원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하겠다. 나 혼자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다른 사람의 구원을 소홀이하는 것은 곧 자기의 구원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가정은 인생을 가르치는 인류 최초의 학교이다. 가족들이 서로 격려해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서로 칭찬해야 감사할 줄 안다. 서로 인정해야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지킨다. 또 가족들이 서로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줄도 안다. 공명정대한 가정을 건설해야 각자가 정의감을 품을 수 있다. 부부관계가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도 좋은 반면, 부부관계가 좋지 못한 사람은 다른 인간관계도 좋지 못한 법이다. 가족이라도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자주 사랑해요, 고마워요, 잘 했어요, 당신밖에 없어요,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가정에는 행복이 떠날 날이 없다. 가족일수록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고 이해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그러나 너는 못 해. 너는 안 돼. 왜 이 따위로 일을 처리했니? 너는 그것밖에 못 하나?” 하고 꾸중이나 비판을 자주 하는 가정에는 원한과 실망과 눈물이 가득하다. 심리학자들은 애정결핍 속에 자란 아이들에게 보상하는 방법이 사춘기에 아이들을 안아주고 애무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란다. 이처럼 가족들과 친구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이웃과 원수를 포용할 힘을 받는다. 가정생활은 모든 대인관계의 원동력이다. “요람을 움직이는 사람은 세계를 움직인다.”(세익스피어). 이러한 가정에 하느님의 생명이 실현된다.

 

 

우리를 부부로 맺어주신 하느님의 말씀을 날마다 묵상하여 일심동체가 되어 동고동락하는 부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성공한 부부요 자신들뿐만 아니라 만나는 모든 사람도 영생과 영복을 누리도록 돕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원한에 사무친 사람에게도 사랑할 힘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은 주위를 늘 밝고 희망에 차게 하며 비전을 준다. 이와 반대로, 미워하는 사람은 남을 사랑하는 이웃에게 미워하는 마음을 심어준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면 미움과 실망과 슬픔과 죽음이 있는 곳에 사랑과 희망과 기쁨과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 다해)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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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초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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