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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물이 없으면 기쁨도 사랑도 없다(연중 제2주일)
   2013/01/20  11:19

눈물이 없으면 기쁨도 사랑도 없다(연중 제2주일)

요한복음 2,1-11

요한복음에서 예수께서 제일 처음 일으키신 기적은 물을 술로 변화시키신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주셨다는 뜻이 아닌 것 같다. 질 좋은 풍성한 포도주는 구약성경에서 메시아가 세상종말에 베풀 구원,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시기를 상징한다(아모 9,13-14). 이 기쁨은 예수님이 훗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셔서 이루신 구원의 선물이다. 예수님은 어머니의 간청을 들어주어 십자가 위에서 메시아로 등극하여 줄 기쁨을 카나 혼인잔치에서 앞당겨 베푸셨다. 이 혼인잔치에서 좋은 포도주를 많이 만드신 표징은 십자가에서 이루실 영원하고 참된 기쁨을 예고한다는 뜻이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을 대변한다. 예수님은 십자가 못 박히신 당신을 본받아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이웃의 영복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우리에게 기쁨의 포도주를 주신다. 이웃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데 습관이 된 이들은 자기희생의 고통 가운데서 기쁨을 누리고 하느님을 기쁘게 한다. “인간을 우울하게 만드는 종교는 그릇된 종교이다. 인간은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길 것이지, 강제로 섬겨서는 안 된다”(Kant, <교육학 본강>).

 

누구는 늘 기쁘게 사는가 하면 또 누구는 늘 미간을 찌푸리고 산다.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는 사람도 있고 왜 이런 가족을 가졌는지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에 넋을 잃은 남편을 보면 미워죽겠다고 한다. 더구나 과부들이 더 장수한다.”는 말이 떠오르면 미칠 지경이 된단다. 엄마 생일에 선물은커녕 밥상 차려 달라, 다 키웠는데도 취직도 하지 않고 용돈 달라고 보채는 자식 놈은 엉덩이라도 세게 차주고 싶다고 하는 주부들이 많다. 그 녀석이 어렸을 때 엄마를 기쁘게 해 준 것을 기억하자. 어린 자식들이 준 기쁨의 선물에 보답하고, 자식들은 유아기를 잘 보살펴주신 부모님의 노년을 기쁨으로 장식해드리자.

 

이제는 잘생긴 남자나 아르다운 여자를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지는 않지만 한심한 남자나 여자를 보면 그래도 저런 인간을 남편이나 아내로 안 만나 참 다행이다 하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한단다. 많은 어머니와 주부들은 자기들이 펄펄 뛰는 생선회 같기는커녕 이미 소금이 뿌려져 사그라진 배추처럼 되었거나 이미 구워진 꽁치처럼 상에 올려도 손이 잘 안 가는 음식처럼 되었다고 여기고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남겨뒀다가 다시 찌개거리로도 쓰일 가치가 있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내 손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다. 이처럼 자기를 위해 살아 존재이유를 실현하면 온 가족을 기쁘게 한다. 자기를 위한 삶이 곧 가족들을 위한 삶이 된다. 자기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로 만들고 남의 인생을 기쁘게 해줄 수 있어야 자기의 존재이유를 실현하고 비로소 기쁨을 누린다. 사람은 남을 도울 때 말고는 항상 고독하다. 남을 돕는 것이 곧 자기에게 충실한 사람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품은 꿈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돕겠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사람의 염색체에는 남을 도울 때 기쁨을 누리게 하는 요소가 있다. 돕는 것은 본능이다. 이 본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늘 바지런히 이웃을 돕는 사람은 늘 기쁘게 살 수 있다. 가 먼저 내민 따스한 손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이 된다면 또 하나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남에게 기쁨을 줘야 나도 기쁨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겠다내 돈과 시간을 내어주는 것만이 남을 돕는 것이 아니다. 악습을 버리고 좋은 습관과 성품을 연마하는 것이 남을 더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할뿐만 아니라 자신도 기쁘고 행복해진다. 기쁨은 자기희생의 고통 가운데 있다. 기쁨은 연습이고 습관이다. 기뻐하는 사람은 그 근거를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기뻐하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물이나 권력이나 인기에 매이지 않고 사랑과 관용이 몸에 밴 사람은 몸 전체에서 기쁨이 솟아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고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이런 사람을 기억하기만 해도 기쁘다.

 

우리가 겪는 고통과 좌절과 무의미와 상실감에도 기뻐할 수 있는 근거는 항상 있다. 인간은 자기 고통을 생각하길 좋아해도 자기 기쁨은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운명에도 행복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도스토예스키, ‘지하 생활자의 수기’). 우리는 남의 기쁨에서 우리 자신의 슬픔을 찾아내고, 같은 식으로 남의 슬픔에서 우리의 기쁨을 찾아낸다. 옛날에 기뻐했던 이유를 기억하면 다시 기쁨을 느낀다. 웃는 사진을 자주 들여다보고, 누군가를 사랑했고 따뜻하게 해준 사람을 기억하면 행복해진다. 좋은 것을 기억하면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일상사의 작은 일에 삶의 기쁨이 있다. 잘 웃는 친구는 희망을, 잘 웃는 아내는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웃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밝은 표정, 밝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일로 자주 웃자. 내 인생은 작은 기쁨들로 윤택해진다. 먼 기쁨을 위해 지금의 기쁨을 담보하지 말고 날마다 작은 기쁨을 누리면서 살자. 화가 나도 웃으면 화가 복이 된다.

 

층간소음 때문에 위층에 사는 이웃과 서로 너무 시끄럽게 한다, “너무 별나다고 욕하며 싸웠다. 또 아래층에 새로 온 사람과 주차장 때문에 서로 비상식적이라고 싸웠다. 서로 미워하면서 사는 이웃과 사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이웃을 만나 화해했을 때 느끼는 기쁨은 천국에서 누리는 기쁨이다.

 

노년에는 그저 포용하고 사랑하자. 노년기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면 온갖 기쁨이 넘칠 것이다. 서서히 쇠락하는 이 시기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이다. 극단적인 제한이 따를 때조차도 기쁨은 여전히 존재한다(세네카).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다. 그 다음의 기쁨은 어린이를 보는 부모들의 즐거움인데, 이 두 가지 기쁨은 사람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다”(J.H. Pestalozzi) 우리 가정에는 웃음 꽃이 피고 있는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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