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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암행어사 출두야"(그리스도왕 대축일)
   2012/11/27  8:53

암행어사 출두야!”(그리스도 왕 대축일)

요한복음 18,33-38

“암행어사 출두야!” 이는 우리 한민족의 애환이 아롱져 있는 유서 깊은 말이다. 임금은 정직한 선비를 뽑아 직접 암행어사를 임명하고 백성들을 착취하고 부정을 일삼는 관리를 색출하고 벌을 주게 했다. 박문수는 영조 임금시대의 어사로서 1727년쯤 거지차림으로 나타나 “암행어사 출두야!”라고 외치며 모든 백성들의 어려움과 억울한 사연을 직접 보고 가난하고 관료주의의 희생이 된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힘썼으며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관리를 벌벌 떨게 만들었다. 백성들은 암행어사들을 통해 임금의 보살핌과 보호를 받았다. 많은 어사들은 임무를 이행하다가 탐관오리들의 손에 암살당하거나 박해를 받기도 했다. 백성들을 향한 임금의 사랑과 선정을 베풀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인조 임금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왕조정치가 쇠퇴하자 암행어사가 자주 파견되었다. 암행어사는 임금에게서 봉서를, 의정부에서는 사목(事目), 마패, 유척(鍮尺)을 받아 비밀리에 임무를 이행했다. 암행어사는 임명되면 변장하여 목적지로 직행하고 탐관오리를 색출해내어 그들의 관인을 압수하고 봉고파직시키기도 했다. 임무를 이행한 뒤 서계(書啓)와 별단(別單)을 임금에게 바쳤다. 암행어사 제도는 1892년 고종임금이 전라도 암행어사 이면상을 마지막 어사로 파견한 뒤 폐지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여 죄의 뿌리인 이기심과 영원한 죽음을 섬멸하고 우주의 임금님으로 등극하셨다. 하느님과 동등한 분이시지만 종이 되어 전 인류의 임금님이 되셨다. 예수님은 양심과 법과 사랑을 무시하는 모든 죄에서, 죄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모든 불행과 영원한 죽음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종교적인 뜻의 임금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개인 사이나 민족과 민족 사이의 알력과 분쟁과 불의와 증오심과 온갖 사회악을 없애주는 정치적인 임금이시기도 하다.

 

우리는 예수님이 전 인류의 임금님이심을 증언하기 위해 세례를 받아 어사가 되었다. 예수님은 날마다 우리를 어사로 파견하여 이 세상을 다스리신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나의 길을 남의 것과 비교하지 않고 초연하게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어사가 될 자격이 있다. 또 다른 자질은 자기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고, 독선과 아집을 멀리하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며,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협력자로서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애쓰고 있다. 가정, 교회,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모든 영역을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변화시킴으로써 그분이 온 세상의 임금님이심을 증언해야 한다. 우리는 가족들과 협력자들, 친구들과 원수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와 구원을 전해주는 어사이다. 우리가 어사직분을 이행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밝은 미소, 습관이 된 상냥한 눈길을 보내기, 남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경하는 표정을 보이기, 남의 결점을 사랑해 주기, 용서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베풀기, 하루에 수십 번이나 만나도 늘 인사하기, 한겨울 추위에도 가난한 이웃의 몸을 뜨겁게 달구어주는 훈훈한 마음과 섬세하고 자상한 마음을 품기, 자기 말을 귀담아 들어줄 사람이 없어 외로워하는 사람에게 한 시간이라도 맞장구를 치며 귀담아 들어주기,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과 함께 웃어주기, 인격의 존엄성과 인권을 찾아주기, 마음이 아픈 이들의 벗이 되어주기, 상처 입힌 이웃의 자존심을 일곱 갑절로 어루만져주기 들이다.

 

“인생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 그래도.” ‘그래도’ 다음에는? 그래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내 마음을 채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를 꾸짖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내 어깨에 손을 얹어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마음속과 우리 가정과 공동체와 사회에서는 예수님이 얼마나 강력한 임금님이실까? 내 자세를 낮추면 상대방이 높아지고, 상대방은 나를 더 높여준다. 덕망 있는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함으로써 남편을 지배한다. 누구에게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은 그를 임금님처럼 받들어 모셔야 한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 아랫사람을 섬겨야 지도력이 생긴다. 그것을 '종의 지도력'(servant leadership)이라 한다. 역사상 훌륭한 분들은 이러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자신을 이기면 인생에 성공한 사람이요 죄와 죽음을 이기고 전 우주의 임금님이 되신 예수님을 닮아 그분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어사가 되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는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가, 나, 다해)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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