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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상으로 흉픅하게 변한 얼굴(연중 제7주일)
   2014/02/22  10:0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한 얼굴(연중 제7주일)

마태오복음 5,38-48

어머니가 어느 날 밖에 나간 사이 집에 불이 났다. 어머니는 허급지급 달려와 불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집안에서 자고 있는 두 아들을 이불에 싸서 나왔다. 두 아이는 무사했지만 어머니는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다리를 다쳐 절름거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거지가 되어 구걸을 하여 두 아들을 키웠다. 큰 아들은 동경대학에, 작은 아들은 와세다 대학에 각각 수석으로 입학했다. 어머니는 사년 뒤 졸업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 먼저 큰 아들의 동경대학을 찾아갔다. 수석 졸업을 하게 된 큰 아들은 졸업하자마자 큰 회사에 들어가기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큰아들은 수위실에서 자기를 찾는 어머니를 보았다. 큰아들은 수많은 귀빈들이 오는 자리에 거지 어머니가 오는 것이 부끄러웠다. 아들은 수위실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하라.”고 전했고 어머니는 슬픈 얼굴로 돌아갔다. 아들에게 버림받은 서러움에 자살하려고 생각했으나 죽기 전에 둘째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대학을 찾아갔다. 차마 학교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때 마침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절룩거리며 쓸쓸이 걸어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본 막내아들이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부르며 달려나와 어머니를 업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가 사람을 잘못 보았소.”라고 말했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졸업식장의 귀빈석 한 가운데에 앉혔다. 고관대작들과 화려하게 치장한 부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성대하고 중요한 졸업식에 누가 거지여자를 입장시켰는가 하고 투덜댔다. 막내아들의 어머니는 부끄럽고 창피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수석으로 졸업하는 아들이 답사를 하면서 귀빈석에 초라한 몰골로 앉아있는 어머니를 가리키며 자신을 불속에서 구해 내고 구걸을 해서 공부시킨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했다. 그제야 불쾌하게 여기던 귀빈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소식은 곧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알려졌다. 그 막내아들은 큰 회사의 회장님의 사위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부끄러워한 큰 아들은 입사가 취소되고 말았다. 그래도 어머니는 자기가 아들을 잘 못 키워서 그러했다고 내 탓이요.” 하며 자승자박으로 돌렸단다.

어머니는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 앞에서도 두 아들을 불속에서 건져내고 아들을 공부시키려고 구걸행각을 마다하지 않고 어떠한 수모와 희생도 달게 참아낸다.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한 얼굴에는 헌신적인 사랑과 인고의 편린들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어머니의 얼굴이 하느님의 얼굴을 닮았다.

예수님은 완전하신 하느님을 본받아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명하셨다(마태 5,48). 하느님처럼 된다는 말은 불치병을 고치거나 불가능한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뜻에서 전능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원수나 은인, 악인이나 의인을 다 사랑하시는 하느님처럼 모든 사람에게 한없이 자비를 베푼다는 뜻에서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루카 6,35-36; 마태 5,4-48). 가장 완성된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세례 때 예수님의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에 힘입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느님을 닮기 시작했다. 날마다 죄의 뿌리인 이기심을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살면 그리스도를 닮고 불사불멸하시는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한다. 사랑으로 흘러넘치시는 하느님처럼 되면 친구와 원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영원히 사랑하고 자신을 온전히 다 내어주는 존재가 된다. 자애롭고 완전한 사람은 악습과 나쁜 성질을 버리고 좋은 습관과 훌륭한 성격을 갖춘 사람이다. 그는 성실, 온화, 헌신 같은 덕을 닦아 늘 행복에 겨워하는 사람이 된다. 이 세상에서 행복해진 사람만이 천상에서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불멸과 영원히 기쁨과 행복의 극치 속에서 산다.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날 하느님처럼 될 것이다.

얼굴이라는 말은 나의 얼이 담긴 굴이라는 뜻이다. 나의 얼은 나의 삶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얼굴은 각자가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은 쉰 살이 넘어가면 얼굴에 격()이 정해진다. 얼굴의 격은 크게 보아 귀격(貴格)과 천격(賤格)으로 구별된다. 귀격에는 지성적인 얼굴인 지안(知顔), 나이가 들어도 진부하지 않고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호안(好顔), 즐거움과 기쁨이 어려 있는 낙안(樂顔)이 있다. 천격은 욕심이 얼굴에 가득 찬 탐안(貪顔), 분노가 어려 있는 진안(嗔顔), 앞뒤가 막혀 어리석은 치안(痴顔)이다.

우리의 인상은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날마다 하느님을 그리워하고 예수님을 자주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과 예수님을 닮아 자비로운 외모를 가진다. 우리의 모습도 하느님을 꽤 많이 닮은 것 같다. 악습과 고약한 성질을 고치고 더 많이 사랑할 힘을 갖춘 사람이 하느님을 닮았다. 두 아들을 화마에서 구하느라 불구가 되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한 그 일본인 어머니는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시는 예수님의 얼굴을 닮았다. 부모, 남편, 아내, 자녀들, 이웃을 늘 친절하게 맞이하는 모습은 하느님을 닮았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이웃과 화해하고 돌아오는 나의 모습도 하느님의 얼굴을 닮았다. 부정과 독선과 폭력과 전쟁 때문에 피해를 입는 이들을 위해 정의와 평화를 이루려고 애쓰는 이들의 모습은 예수님의 얼굴을 닮았다. 남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자기 목숨을 스스로 갈무리하려고 무거운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이 예수님의 얼굴을 닮았다. 이처럼 우리는 날마다 예수님을 닮으려고 애쓰면 부처가 된 석가모니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 하느님처럼 된다.

인간관계는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그 사람도 웃는다. 내가 얼굴을 찡그리면 거울 속의 그 도 얼굴을 찡그린다. 좋지 못한 습관과 협잡과 술수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당신의 얼굴과 등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만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 입문, 새 본문 번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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