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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음이 있기에 완성되는 우리의 삶(사순 제5주일)
   2014/04/05  10:19

죽음이 있기에 완성되는 우리의 삶

(사순 제5주일)

 

요한복음 11,3-7.17.20-27

 

 

17년 연속 예일대 최고 명강의 죽음DEATH이 책으로 나왔다. 이는 하버드대 정의JUSTICE행복HAPPINESS과 함께 아이비리그(Ivy League) 3대 명강으로 불리는 강의다.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로 불리는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는 위 책에서 죽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죽을 수밖에 없는 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영원한 삶은 가능한가?”, “영혼은 육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존재하는가?” “죽음은 나쁜 것인가?”, “영생은 좋은 것인가?”, “우리는 왜 경험하지도 못한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살아야 하는가?” 셸리 케이건 교수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철학자들과 문학가들의 견해를 비판수용하면서 답을 제시했다. 그러나 위 교수의 설명은 죽음이 사람의 이성으로 다 규명할 수 없는 신비요 죽음을 체험하고 다시 살아나신 분만이 권위 있게 설명할 수 있음을 간과한 것 같다. 위 교수의 설명 중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완성되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목적이요 죽음의 질을 이해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은 타당하다. 죽음이 없는 삶은 세상에 없으며, 삶이 없는 죽음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의 존재가 허무로 돌아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의 참뜻이 무엇인지 알면 이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다. 성인성녀들은 죽음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문이요 하느님처럼 되어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임을 알고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들은 예수님이 이전에는 아무도 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말씀을 믿고 따랐던 것이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요한 11,25) 예수님은 이 말씀을 우리에게도 하신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누구나 죽더라도 지금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 우리의 영원한 생명은 그분과의 만남 속에 있다. 이 만남 속에 생명과 죽음의 문제가 해결된다.

 

 

우리는 미사에 참여하거나 기도를 올릴 때 그리스도와 영적으로 만나 성시간聖時間과 성소聖所 안에 머물고 그분의 영원한 세계 속에서 살게 된다. 그분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 영원한 생명이 실현된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여 전례를 거행하는 공동체가 하느님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창조하셨음을 기억하면, 영원한 생명이 우리 마음속에 실현된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끈이기 때문이다. “영원이란 죽은 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항상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속에 있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그분의 부활과 생명에 동참한다. 이처럼 오늘의 복음은 부활 대축일을 예고한다.

 

 

매주 한 번 죽음연구 동아리 ()는 기쁨6년째 참여한 분들은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드러누워 못질 소리를 들었다. “깜깜한데 못 소리만 들려 오싹했다. 그러나 누구나 공평하게 겪는 게 죽음이니 연습할 만했다.”고 말했다. 죽음이 없으면 산다는 것이 무의미할 것 같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귀중하고 기쁘게 살만한 것이다. 위 동아리 회원 30여명은 죽음을 함께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삶의 기쁨을 추구한다. 입관 체험, 납골당 견학 들 죽음 문화를 접하기도 한다. 회원들 중에는 일시적인 충격요법 체험에 그치지 않고 사후 세계가 있다면 최후심판과 상선벌악이 있어야 인생이 공평하다고 여기고 심판대에 설 준비를 해야 함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나의 죽음에 박수를 치거나 기뻐 웃는 사람이 있으면 인생을 잘못 산 것이 아닌가?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원수를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 나아가서, 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살맛이 없어졌다거나 눈물을 흘릴 사람이 있어야 그나마 나의 존재가 도움이 된 경우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죽음을 생각하면 좀 더 베풀 것!” 하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야 저무는 황혼을 보람 있게 잘 보내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우리에게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기에 삶을 가능한 많은 것들로 채워 넣어서 최대한 많은 축복을 누려야 한다.”(셸리 케이건) 그러기 위해 더러운 성질을 고치고 악습을 덕으로 바꾸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처럼 덕을 닦아 행복해진 사람만이 죽음을 하느님의 강복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해 불편한 심기를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아름답지 못한 추억이 되어 훗날 두고두고 괴로워하게 된다. 노년의 슬픔을 견디기 어려운 것은 신체나 기억력의 쇠퇴가 아니라 길고 긴 추억의 무거운 짐 때문이다(W.S. Maugham). 아름다운 기억은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반면, 나쁜 기억은 마음을 천박하게 만든다. 함께 비를 맞으며 어렵고 험한 일을 마친 좋은 기억을 떠올려보자.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서산대사)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 입문, 새 본문 번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

---, 루카 복음. 루카복음 3-24장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3

---, 마태오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3년 개정초판

---,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

---, 마르코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개정 초판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