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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은 남에게 필요한 삶을 사는 힘에서 나온다(사순 제2주일)
   2014/03/15  11:19

행복은 남에게 필요한 삶을 사는 힘에서 나온다

(사순 제2주일)

 

마태오복음 17,1-9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여 아버지 오른쪽에 앉아 천상천하의 모든 존재에게 주권을 행사하실 때 누리실 영광을 미리 제자들에게 잠깐 보여주신 것이다. 예수님은 재림하실 때 모든 사람에게 당신을 영광의 주님으로 다시 드러내실 것이다. 영광은 하느님의 빛나는 현존 속에 사는 자격을 뜻한다. 하느님 왕국에서의 삶은 영광을 띠신 하느님과 예수님과 얼굴을 맞대고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그분을 믿고 따르는 우리도 그분처럼 영광스럽게 변모하여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행복의 극치를 누릴 것임(至福直觀)을 가르친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축복으로 장식된다는 것을 얼마나 강렬하게 희망하고 있으며, 이 희망에 힘입어 오늘 얼마나 충실하게 사는가?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참여해야 예수님처럼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분의 죽음에 참여하는 방법은 이기심을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을 삶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다. 이기심을 죽이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이타심으로 사는 사람은 이미 하느님과 예수님을 닮기 시작하여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위용에 도취되고 황홀지경에서 행복의 극치를 누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체험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처음 아이를 가져 진통과 산고 끝에 해산한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갖 정성과 사랑을 다 쏟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도 처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몸속에서 새 생명이 약동하는 것을 느꼈을 때를 기억하는가? 진통과 산고를 가져다 준 아이가 엄청난 보람과 행복을 줄 것이라고 상상이라도 했는가? 아이를 낳아 처음 젖을 물렸을 때의 마음, 아이를 키우면서 맛본 기쁨을 기억하는가?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낀 황홀한 기분을 기억하는가? 이처럼 참기쁨은 고통과 역경 속에서 단련된 사람들이 누리는 특혜다. 예수님이 우리 마음속에 형태를 갖추시도록 고난을 겪는 것은 진통과 산고를 겪고 육아를 위해 온갖 고통을 달게 받는 것과 같다(갈라 4,19). 하느님처럼 변하는 것, 이처럼 엄청난 복을 누릴 희망을 가진 사람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고난과 죽음을 겪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복이라고 여긴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시어 영광스럽게 되신 예수님을 닮은 사람은 이러하다.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더라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모든 가족들이 사랑으로 뭉치게 된 것을 감사하는 사람이다. 자기를 사랑하고 행복해 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닮았다. 누군가는 지금 걸을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들을 수만 있다면,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해한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고 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나의 하루는 기적이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고민하지 않고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날마다 깨닫는 사람이 예수님을 닮았다.

 

예수님을 닮은 사람은 없으면서도 남을 도우려고 하고, 자기도 바쁜데도 순서를 양보하고, 나의 성공을 나보다 더 기뻐하고 나의 슬픔을 자기의 슬픔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어려울 때 바라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고,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주려하고, 나의 허물이나 약한 부분을 고운 눈길로 봐 주는 사람이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예수님을 닮았다. 예수님을 닮은 사람은 이해타산이 맞지 않은 이들에게도 시종일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사랑하면 사랑받고, 주면 받고, 믿으면 믿음을 받고, 미워하면 미움 받고, 빼앗으면 빼앗기며, 의심하면 의심 받는다는 진리를 아는 사람이다. 그는 소금이나 촛불처럼 자기의 몸을 태워 어둠속을 해매는 이들에게 빛을 밝히는 사람이다. 늘 남이 바라는 자리에, 남이 원하는 모습으로 있어줄 힘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릴지 모르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평생이 걸린다.

 

평생 잊어버릴 수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부유한 사람이다.

나를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라도 있으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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