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보면 사랑의 불꽃이 타오른다

(주님의 고난 성지 주일)

마태오복음 27,11-54)

공관복음에서 예수님은 기본적인 인간 품위조차 지키지 못하고 혹독한 고문을 당하셨다. 그러나 복음사가들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부정적 사건이나 실패작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님의 고난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전 인류를 위한 구원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여겼다(마르 14,32-42.49 병행). 예수님은 제자들 중 하나가 당신을 체포하러 온 대사제의 종의 귀를 칼로 자르자 그를 고쳐주셨다(루카 22,50-51). 또한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은 원수들을 용서하고(23,34), 함께 십자가에 처형된 강도를 회개시키고 그에게 낙원을 약속하셨다(23,41-43). 재판을 받으시는 예수님은 폭력 앞에 철저하게 무력한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재판을 주도하고 계셨다. 또한 그분은 당신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빌라도 앞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하실 정도로 하느님의 뜻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셨다(마태 27,14). 나아가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덜어주는 식초를 마시기를 거절하심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 하셨다(27,34).

복음사가들은 예수님의 죽음으로 세상종말의 구원이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뒤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고 백인대장이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했을 때 그분이 이미 메시아요 하느님의 아들이심이 드러났다. 이 죽음 덕분에 유다인들뿐 아니라 이방인들도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지 않아도 예수님을 믿고 따름으로써 하느님과 만날 수 있다. 예수님의 죽음은 구약시대의 끝이고 그리스도 교회의 탄생을 뜻한다. 또한 그분의 죽음 덕분에 죽은 이들이 부활할 희망을 얻었다. 이처럼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은 전 인류를 이기심과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한 승리를 뜻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고통받고 목숨을 바칠 용기와 힘을 주는 하느님의 은혜이다. 이처럼 복음서에 제시된 참된 고난신심은 이러한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한 인간이 최상의 사랑을 한다면 수백만 사람들의 미움을 해소시키는 데 충분하다.”(M. 간디) 인류역사를 근본적으로 새로 창조하는 데는 한 사람의 완전한 사랑만으로도 충분하다. 죄가 없으신 그리스도께서 목숨을 바치신 무한한 사랑으로 인류역사는 비로소 의미를 가지고 죄와 죽음으로 점철되는 진로를 끝내고 구원의 역사로 바뀌었다. 이처럼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최상 선물이다.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고난도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고난을 겪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크나큰 선물을 받은 사람이요 하느님의 아들을 닮았다. 고난은 인생을 위대하게, 깨끗하게, 깊게 한다. 절망의 어둔 굴속에 갇혔다가 해방되어 나온 사람이 풍기는 향기, 상처가 깊은 영혼에서 솟아오르는 향기가 사람을 감미롭게 한다. 고난을 불행으로 여기지 말고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주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십자가 위에 달려 계시는 예수님을 닮았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 고난 속에 인생의 기쁨이 있다. 파도 없는 항해란 얼마나 단조로운가! 고난이 심할수록 내 가슴은 뛴다.”(F. 니체)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년.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장. 입문, 새 본문 번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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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 마르코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개정 초판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