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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설악산 지게꾼이 부럽다(삼위일체 대축일)
   2014/06/14  10:8

설악산 지게꾼이 부럽다(삼위일체 대축일)

요한 3,16-18

 

설악산 지게꾼인 임기종씨는 키가 160센티미터도 되지 않고, 몸무게는 60킬로그람도 나가지 않고, 머리숱은 듬성듬성하고, 이빨은 거의 다 빠지거나 삭아서 발음도 어눌한 사람이다. 그는 열여섯 살 때 처음으로 지게질을 시작한 이래 40년 동안 오로지 설악산에서 짐을 져 나르고 그 삵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맨 몸으로 걸어도 힘든 산길을 40킬로그람이 넘는 짐을 지고 날마다 적게는 네 번, 많게는 열두 번이나 설악산을 오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설악산을 오른다. 자기가 지게를 지지 않으면 휴게소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가스통을 네 개나 짊어지고, 어떤 날은 100킬로그람이 넘는 대형 냉장고를 통째로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도 한단다.

 

처음에는 지게를 지는 요령을 몰라 작대기를 짚고 일어서다가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너무 힘들어 몇 번이나 그만둘 생각도 했죠. 하지만 배운 게 없고 다른 재주가 없으니 육체일밖에 할 것이 없었어요. 그때는 내 몸뚱이 하나 살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거든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설악산을 오르니 이 세상에 나보다 설악산을 더 많이 오른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매일 오르지만 지겹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철마다 설악산의 풍경은 바뀌니까요. 그러니 고맙지요.”

 

여섯 남매 중 셋째인 임기종씨는 열 살이 갓 넘었을 때 부모님을 잃었다. 가난한 집안이라 남겨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도 못 마친 임기종씨는 남의 집 머슴살이로 시작해서 돌고 돌아 설악산 지게꾼이 되었다.

 

임기종씨가 설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상인들과 사찰에 필요한 생필품을 져다주고 받는 삯이 한 달에 150만원 남짓이다. 그는 한 달 살기에 충분한 돈이라고 했다. 아내가 장애인이라 정부 보조비를 받고 술 담배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한낱 지게꾼에 불과한 임기종씨를 작은 거인이라고 칭찬한다. 그 까닭은 그가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십년이 넘도록 장애인 학교와 장애인 요양시설에 생필품을 지원하고, 독거노인들을 보살피고,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이 번 돈을 전부 바친다. 그는 힘들게 일을 하지만 적어도 땀 흘려서 번 이 돈 만큼은 내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한다.

 

임기종씨의 지게꾼 선배가 정신지체 2급에다 걸음걸이도 불편한, 일곱 살쯤밖에 되지 않는 지능을 가진 여성을 소개해주었다. 그 선배는

이런 여자는 자네와 살림을 살아도 결코 도망가지 않을 것일세.” 하며 아내로 데리고 살라고 권했다.

이런 여자를 소개해준 것은 내가 별 볼일 없는 놈이라서 그랬겠지만, 어쨌든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에 어찌나 애처롭던지요. 저런 몸이니 그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구박을 받았을까 싶어서 따지지 않고 내가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정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으니 많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자신의 팔자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부부가 낳은 아들은 말을 못하고 아내보다 더 심각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 아이를 강릉에 있는 어느 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이를 데려다 주고 떠나오며 나만 편하려고 그랬다.”는 죄책감 때문에 용달차에 과자 20만원어치를 싣고 가서 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자기가 그들보다 훨씬 더 기뻤단다. 임기종씨는 이러한 체험을 한 이래 지게일로 번 돈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는 예수님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시어 가르쳐주신 교리다. 이 신비의 뜻은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는 외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주심으로써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분임을 보여주셨다. 영원으로부터 아버지와 함께 계시는 아들 예수님은 목숨을 바쳐 그분의 구원을 실현하셨다. 성령은 아버지와 아들을 사랑으로 일치시키고 우리를 영원히 아버지의 생명,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에 참여하게 하신다. 이처럼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아드님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마음속에 상처를 안고 계신다. 성령께서는 사랑이 고통을 통해 자라나 생명을 창조하고 생명이 죽음 속에서 잉태하여 꽃을 피움을 가르치고 이 진리를 우리의 삶 가운데 실현시켜 주신다.

 

모든 피조물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완전한 사랑에서 나왔다. 이 사랑의 힘으로 존재하며, 이 사랑 속에 흡수되는 것이 피조물의 존재 목적이다. 물질세계도 어떤 필연에 따라 존재하지 않고 하느님의 섭리와 주권에 따라 창조되어 그분과의 일치 속에서 제 존재 이유를 실현한다(시편 98,7-9).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에서 생명을 받은 우리는 그분의 품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알고 이 목적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세계는 생명과 고통, 사랑과 희생이 공존하는 곳이다.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 참으로 행복해지는 세계다. 지는 사람이 이기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높아지고,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얻는 세계다.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하고 남을 칭찬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계다.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계다. 우리는 날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찾는 기도인 성호경을 그을 때마다 이 세계에서 살게 해달라고 간청해야 하겠다.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씨가 바로 이러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세계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많은 국민들의 피를 빠는 여야 정치인들과 언론인들, 재벌들, 최고의 지성인들, 배부른 종교인들, 연예인들보다 위대한 인물이요 그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인 것 같다.

 

불행한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욱 불행한 사람들을 보고 위로 받는다(이솝). 나는 임기종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다복하고 넉넉한 사람인데도 하느님의 세계를 버리고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와 온갖 불의와 거짓이 판을 치는 이 세속에 자신을 팔아넘기지 않았는가? 현대인의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함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세계에서 살며 무조건적이고 한없는 사랑을 배워야 한다.

 

흔히 우리는 나는 이것 때문에 불행하고, 저 사람 때문에 불행하다.” 투덜거린다. 그러나 내가 불행이라고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은 행운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불행의 원인은 늘 나 자신에게 있다(파스칼).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행복과 불행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요 내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누구 탓을 하지 말자.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낙원의 파랑새는 자신을 잡으려 하지 않는 사람의 손위에 날아와 앉는다.”(존 베리)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볼 수 있는 데에서 생기는 즐거운 느낌이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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