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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버큰헤이드 전통’을 지키는 이가 예수님의 제자다(부활제4주일)
   2014/05/10  15:39

버큰헤이드 전통을 지키는 이가 예수님의 제자다

(부활 제4주일)

 

요한복음 10,1-10

 

1852227일 밤 2, 영국 해군의 자랑인 수송선 버큰헤이드Birkenhead 호는 사병들과 그 가족들 630명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로 이동 중이었다. 130명이 여자들이었다. 케이프타운에서 65km 떨어진 해상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배는 순식간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선실에는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부서진 판자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 그 사이를 벌벌 기어 갑판으로 나가려는 사람, 우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그때 파도가 밀려 배가 다시 세게 바위에 부딪쳤다. 배는 이제 완전히 허리통이 끊겨 침몰되어가고, 그 사이 사람들은 가까스로 배의 뒤쪽으로 피신했다. 게다가 배 위에 있는 병사들은 거의 모두 신병들이었고 몇 안 되는 장교들도 그다지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사관들이었다. 구명보트는 단 세 척, 태울 수 있는 인원은 180명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이 해역은 사나운 상어가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반 토막이 난 이 배는 시간이 흐를수록 물속으로 가라앉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풍랑은 더욱더 심해져갔다. 죽음에 직면해 있는 승객들의 절망적인 공포는 이제 극에 달해 있었다.

 

선장 시드니 세튼 대령은 수병들을 모두 갑판 위로 집합시켰다. 그들은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마치 아무런 위험이 없는 듯 훈련을 할 때처럼 민첩하게 열을 정돈하고 나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한쪽 편에서는 횃불을 밝히고 여자들과 아이들을 구명정 세 척에 태우고 있었다. 마지막 구명정이 그 배를 떠날 때까지 수병들은 갑판 위에서 사열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구명정에 옮겨 타 일단 생명을 건진 여자들은 갑판 위에서 의연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수병들을 바라보며 흐느껴 울었다. 마침내 버큰헤이드 호가 파도에 휩쓸려 완전히 침몰하면서 세튼 대령을 포함한 나머지 수병들의 머리도 모두 물속으로 잠기고 말았다. 얼마 후에 몇 사람이 수면 위로 떠올라왔다. 용케 물속에서 활대나 나무판자를 잡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날 오후 구조선이 그곳에 도착하여 살아남은 사람들을 구출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436명이 수장된 뒤의 일이었다. 목숨을 건진 사람 중의 하나인 91연대 소속의 존 우라이트 대위는 나중에 이렇게 술회했다. “모든 수병들의 의연한 태도는 최선의 훈련에 의해 달성할 수 있을 법한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누구나 명령대로 움직였고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 명령이라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마치 승선 명령이나 되는 것처럼 철저하게 준수하였다.”

 

이 사건은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버큰헤이드 호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명복을 비는 기념비가 각지에 세워졌다. 이전까지는 배가 바다에서 조난될 경우 힘센 자들이 구명정을 먼저 타고 연약한 어린이와 아녀자들이 남아 죽어야 했다. ‘여자와 어린이가 먼저라는 훌륭한 전통이 1852년의 버큰헤이드 호침몰 사건으로 생겼고 선원들의 불문율이 되었다. 이를 버큰헤이드호 전통이라 한다.

 

버큰헤이드 호가 침몰한 뒤 100여 년이 지난 19543, 영국군 수송선 엠파이어 윈드러시Empire Windrush호가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을 태우고 영국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알제리 해안에서 77km 떨어진 지점을 지날 무렵, 보일러실에서 원인 모를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배는 침몰할 위기에 처했는데, 1,515명이나 되는 승객을 태우기에 구명보트는 턱없이 부족했다. 선장 로버트 스콧 대령은 수병과 선원들과 승객들을 갑판에 집합시키고 외쳤다. “지금부터 버큰헤이드 연습을 실시하겠습니다. 누구든지 자기가 탈 구명정을 지정받을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서 계십시오.” 버큰헤이드호의 전통대로 여자들과 어린이들과 병약자들이 먼저 구명보트에 탔다. 나머지 수병들은 배가 침몰함과 동시에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우연히 인근 해역을 지나던 배가 달려와 구명보트에 탄 노약자는 물론, 바다로 뛰어든 수병들까지 전원 구출한 것이다. 1,515명의 승객 중 희생자는 보일러 폭발로 숨진 네 명이 전부였다.

 

세월 호 침몰로 드러났듯이, 양떼인 이스라엘 백성을 돌보지 않고 그들을 학살하거나 야수들의 먹이가 되도록 방치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처럼 정부와 정치인들과 해경들과 많은 공무원들은 돈과 권력에 취해 국민의 목숨과 안전을 짓밟고 있다. 그래서 하느님은 몸소 목자가 되어 그들을 모아 구원의 풀을 뜯어먹게 하며 세상종말에는 메시아를 목자로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예수 메시아께서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섬으로써 하느님의 보호와 배려를 전하셨다.

 

하느님 왕국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리사이들이나 그들의 계승자들, 사이비종교인들 같은 거짓 메시아들이나 이교도의 신들이나 정치 지도자들 중 아무도 하느님 왕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될 수 없다. 그들과는 반대로, 오로지 예수님만이 참된 문으로서 양떼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충만하게 베푸시는 착한 목자다. 예수님은 죄악과 영원한 불행과 죽음의 바다에 침몰하는 전 인류를 구명보트에 태우고 당신이 그들 대신에 바다에 빠져 참혹한 죽음을 당하셨다. 그러나 하느님은 예수님을 영원한 죽음의 심연에서 구원하여 부활시키고 생명의 주님이 되게 하셨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유혹이 있다. 이는 육체적 욕망, 교만, 이기심이다. 이 세 유혹 증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이기심이다.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나온다. 이기심은 사랑할 기본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요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진짜 무신론이다. 물질적으로 안정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죽은 다음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품지 않는다. 내세를 부인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은 황금만능주의, 자기중심주의에 뿌리내린 것이다. 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이니까 욕망을 최대한 충족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가치관이다. 그러나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사람의 욕심은 메울 수 없다. 당신의 입 안에 음식이 가득 차 있다면 어떻게 노래할 수 있는가? 손 안에 황금이 가득 차 있다면 어떻게 손을 들어 축복할 수 있는가?” 황금을 놓아버려야 지푸라기 한 가닥이라도 잡으려는 남에게 자상한 손길이 갈 수 있는 법이다. 황금과 권력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로워야 하느님을 믿고 따르고 사람의 목숨과 품위가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모든 행복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에서 온다. 이기심과 황금만능주의의 심연 속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닮으려고 애쓴다. 이타심만이 예수님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자질이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정차웅(18), 남윤철(35) 교사, 최혜정(24) 여교사, 박지영(22) 세월호 여승무원, 양대홍(45) 세월호 사무장, 밥 한끼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세월호 침몰인들을 찾다가 죽음을 맞이한 이광욱(53) 잠수사는 이타심으로 가득 찬 이들이다. 그들은 버큰헤이드의 전통을 지키고 예수님을 닮고 인생에 큰 성공을 거둔 분들이다. 착한 목자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을, 그 속에 있는 한 알 한 알의 모래를 모두 사랑하라.

 

모든 나뭇잎을, 하느님의 모든 광선을 사랑하라.

모든 동물을 사랑하고 모든 식물을 사랑하고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을 사랑하노라면,

너희는 사물의 모든 성스러운 신비를 파악할 것이다.

일단 너희가 그것을 파악하면

너희는 나날이 그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드디어는 모든 걸 포용하는 사랑으로써

온 세상을 사랑하게 되리라.”(F.M. 도스토예스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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