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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 가장 소중해지는 사람(성령 강림 대축일)
   2014/06/07  9:30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 가장 소중해지는 사람

(성령강림 대축일)

 

요한복음 20,19-23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동안 외국에서 선진 축산 기술을 배우고 돌아온 이 마을의 젊은 청년을 만난 의사가 있었다. 이 청년은 부유한 농사꾼으로서 가난한 조국을 위해 일하겠다는 훌륭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마을에는 청혼할 때 남자가 암소를 끌고 처녀의 집에 가서 암소 받고 딸 주세요.”라고 말하는 결혼 풍습이 있었다. 특등 신부감에게는 암소 세 마리, 괜찮은 신부감은 암소 두 마리, 보통의 신부감에게는 암소 한 마리로 결혼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그 의사는 이 청년이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에 둘러싸여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 이 청년이 몰고 나온 청혼 선물은 놀랍게도 살찐 암소 아홉 마리였다. 사람들은 그의 아내가 될 처녀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며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청년은 마을 추장집도, 지역 유지인 바나나 농장 주인집도, 마을 여선생의 집도 그냥 지나갔다. 드디어 어느 허름한 집 안으로 들어가 그 집 노인에게 꾸벅 절을 하는 것이었다. 이 노인의 딸은 키는 컸지만 너무 마르고 약해 보이는 초라한 소녀였다. ‘암소 한 마리에 청혼할 상대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암소 아홉 마리를 몰고 간 것을 보고 동네 처녀들은 그 처녀가 마법으로 청년을 홀렸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의사는 의료봉사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따금 그 청년이 왜 보잘것없는 처녀를 아내로 삼으려고 살찐 암소 아홉 마리나 가져다주었는지 궁금해 하곤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마을로 휴가 온 그 의사는 큰 사업가가 된 그 청년에게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왜 그렇게 많은 소를 청혼선물로 주었는지 물었다. 그는 빙긋 웃을 뿐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 때 한 여인이 찻잔을 들고 들어왔다. 아름답고 우아한, 얼굴이 새카만 여자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미소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이 여자가 그 때 말라깽이 처녀는 아닌 것 같았다. 그 의사는 청년이 다른 여자를 아내로 데리고 산다고 여겼다. 이 정도의 여자라야 그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 청년이 의사 선생님, 저 사람이 그때 제가 청혼했던 처녀입니다.” 하고 말했다. 의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청년은 계속해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저 사람을 사랑했고 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꿈꿔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마을에선 암소 몇 마리를 받았느냐가 여자들의 세계에선 중요한 일입니다. 저도 그런 관습을 무시할 수 없어서 암소를 몰고 갔습니다. 사실 제 아내는 한 마리의 암소면 충분히 결혼을 허락할 여자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사랑한 여인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한 마리의 암소 값에 한정하고 평생을 사는 것이 싫었습니다. 자기를 두 마리나 세 마리를 받은 처녀들과 비교하면서 움츠려 들고 의기소침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청혼 때 몇 마리의 암소를 받았느냐가 평생 동안 자기 가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세 마리를 훨씬 뛰어 넘는 아홉 마리를 생각해낸 것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아내에게 공부를 하라거나 외모를 꾸미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했고, 또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처음에는 무척 놀라던 아내가 차츰 저의 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정말 암소 아홉 마리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 아내는 암소 아홉 마리에 걸 맞는 사람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아내는 더욱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져 갔습니다.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내를 똑 같이 사랑하지만, 이제 아내는 결혼할 때보다 지금 자기의 모습을 더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수근 거리던 동네 여자들도 요즘은 제 아내의 밝은 미소를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에게 인정받으려면 자기에게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배운 암소 아홉 마리로 배운 인생 교훈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숨을 내뿜으시며 성령을 받으시오.”(요한 20,22)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하느님이 태초에 흙으로 사람을 빚어 당신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신 창조활동(창세 2,7)을 연상시킨다. 영의 어원적인 뜻은 , 바람이다. 산소가 사람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서 심장을 뛰게 하고 피를 정화시켜 생명을 창조하듯이,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당신의 숨인 영을 우리에게 불어넣으심으로써 하느님과 이웃을 무시하는 이기심을 없애고 영적으로 죽은 상태에 있던 우리를 영적으로 다시 살려 부활생명을 베푸신다. 우리의 생명은 예수님이 목숨을 바쳐 우리를 이기심과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해주신 덕분에 생긴 것이다.

 

성령강림일에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새로 태어난 고귀한 존재이며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되새긴다. 아프리카의 그 청년이 못생긴 처녀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정하여 훌륭한 여자와 아내로 만들었듯이, 우리도 이웃을 최상 존재로 인정하고 사랑하면 우리의 사랑과 우정이 최상의 선물이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여길 때 이 사랑은 가장 위대한 사랑이 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사랑이 아니라 가장 비참하고 서글픈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남에게 사랑할 힘을 준다.

 

사랑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완벽히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며,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자신을 왜곡하지 않게 하는 데서 사랑이 시작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영상만을 사랑하게 될 뿐이다.”(T. 머턴)

 

예수께 받은 성령을 이웃에게 전하는 사람은 이웃을 위해 제 목숨을 다 바쳐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웃이 그에게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어 나를 선하게 만들었고 운명보다는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답니다.” 하고 말할 것이다. 이런 이웃이 많은 사람이 성령을 충만히 받은 사람이다. 날마다 하느님의 말씀(성경, 속담, 격언, 명언 들)을 묵상하면 성령을 체험할 수 있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 입문, 새 본문 번역,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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