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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것이다(연중 제6주일)
   2009/02/13  8:44

산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마르코복음 1,29-39(연중 제6주일)

 

일본인 기시다 데레사 수녀님은

나병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에 입회했다.

자기 동족이 한국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을 속죄하려고

한국으로 와서 경남 산청 성심원에서

나병환자들과 함께 살았다.

20년 전만해도 성심원은

썩어가는 몸과 마음을 안고

절망 속에서

기구한 목숨을 부지하는

나환우들이 수 백 명이 넘었다.

데레사 수녀님은

전직이 의사이거나 교수이거나 법관이거나

화려했던 과거의 다양한 경력을

허공 속에 날려버리고

성심원에 들어와서

자기가 태어난 날을

저주하며 사는 나환우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려고 애썼다.

많은 나환우들이 미사에 참여하고

손가락이 다 잘려나가

묵주를 쥐지 못해도

기도하기 시작했다.

생지옥이 천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서로 미워하던 사람들이

데레사 수녀님의 헌신적인 봉사를 보고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임”을 배웠다.

 

수녀님은 십자가에 달려 계시는

예수님과 하나되고

나환자들과 완전히 동화하기 위해

자기도 나병에 걸리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희망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예수님은 고맙게도

이 희망을 이루어주셨다.

데레사 수녀님은

자기가 나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는 순간

너무 기뻐서

깡충깡충 뛸 정도로 좋아하셨단다.

 

나병은 전 인류가

아담과 자기의 범죄 때문에

하느님의 저주를 받았음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나병환자는 하느님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회에서 강제로 격리 수용되며

대인 기피증에 걸린 사람이다.

그것이 곧 하느님의 심판이다.

고통과 질병과 죽음은

하느님의 옛 창조(아담 창조)가

아담과 그의 후손의 범죄로 말미암아

실패작이 되고 만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새로운 창조를 이루고

불행과 병마와 죽음을

영생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만드셨다.

하느님이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이 죄스러운 세상의 정화를 위해

고통을 받겠다는 지향을 가지면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에 연결되어

속죄의 힘을 낼 수 있다.

이런 뜻에서 고통은 값진 선물이다.

고통받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십자가 위에 계시는 예수님을

더 많이 닮았다.

그래서 데레사 수녀님은

자기도 나병에 걸려

예수님을 더 많이 닮으려 했던 것이다.

예수님과 이웃을 향한 그리움이나 사랑은

함께 겪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 주어진다.

 

“위대한 지각과 깊은 심정을 가진 사람에게

  고통과 고뇌는 필연적인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예수님은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여

하느님과 이웃과 인격관계를 맺게 해주고

온전한 인간성을 회복시켜 주신다.

하느님을 멀리하고

인간관계에 금이 간 우리도

영적인 뜻에서

이러한 기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

원망스럽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예수님의 제자답게 살지 않으면

이기심이나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힘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하느님이

참으로 좋으신 분임을 잊어버리고

이웃의 약점만 보게 된다.

가족들의 하루 생활이

서로 잔소리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불만으로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또 친구나 이웃이

나에게 불리하게 말하거나 처신하면

섭섭한 마음이 들고

기분이 옹졸해지는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그들에게 요구하거나

그들이 나에게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이처럼 하느님과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나병환자의 처지를 닮았다고 볼 수 있겠다.

 

예수님과 맺는 관계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모든 인간관계도

끊임없이 투자하고

정성을 쏟아야

보존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신간안내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

   복음과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과 사도행전 

  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3월 초  출간예정.

 

위의 저자,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

   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