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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죽음과 소크라테스의 죽음(성지주일)
   2009/04/03  9:12

예수님의 죽음과 소크라테스의 죽음

 

마르코복음 15,1-39(주님 고난 성지 주일)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가스실을 만들어

유다인들을 말살하려고 했다.

유다인들은 발가숭이가 되어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저버리셨나이까?”(마르 15,34)

 

라는 시편을 기도하며

가스실로 들어가서

차디찬 잿더미로 변했다.

이 시편은 그들의 형제인 예수님이

2천년 전에 십자가에 처형되며

애절하게 부르신 노래이다.

위 유다인들 중에는

내세를 희망하며 죽은 이들도 있고

절망 속에서 사라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죽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는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하며

사약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 마셨다.

그가 예수님보다

죽음 앞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까?

예수님이 죽음을 보신 관점은

소크라테스의 관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수님은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면

사랑하는 하느님을

뵙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여

당신을 내치지 말라고

하느님께 간청하신 것이다.

죽음은 하느님이 당신을 저버린 인류에게

내리신 심판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목숨을 바쳐

사랑하고 순종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영영 뵙지 못하게 될까 보아

제발 그렇게 되지 않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신 것이다.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기 시작했을 때에도

처형장소가 될 예루살렘을 향해

용감하게 올라가셨다.

생사의 기로에서

당신의 운명을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맡기기로 작정하셨다.

예수님은 당신이 신뢰하신 열두 제자 중에서

배신자가 나오고

결국 그들이 모두 당신을 배신하고

도망가서

열두 명으로 구성된 동아리가

해체되어

처절하게 외로운 처지가 되셨을 때에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진해서 죽음의 길로 나아가셨다.

그러나 막상 십자가에 달려

죽음이 가까이오자

아버지와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왔음을

실감하며

아버지와 헤어지기 싫다고

울부짖으셨던 것이다.

 

이와 달리,

소크라테스는 사람의 영혼이

죽음으로써

육체의 감옥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했다.

죽음이 누구나 다 추구해야 하는

희망사항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자유를 위해

죽음을 기꺼이 맞이했다.

 

예수님이 우리 죄 때문에

우리 대신에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 돌아가셨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뜻에 순종하신 예수님을

부활시키셨다.

하느님은

인간이 겪는 가장 비참한 벌인 죽음을

예수님의 부활로

구원과 생명의 원천으로 만드셨다.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죽음을 당하면

영생을 얻는다.

 

우리가 이웃의 행복을 위해

고통 받고 목숨을 바치면

이웃과 우리 자신이 행복해진다.

우리의 고통이

그리스도의 고난에 연결되어

구원의 힘을 내기 때문이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만큼

자기도 행복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것만큼

행복해진다.

그러므로 자신을 희생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신앙생활의 목적은

하느님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기 위함이다.

구원은 하느님과 이웃을

얼마나 기쁘게 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무엇입니까?”

 

 부다는 제자의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누구나 다 죽는데도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이다.”

 

사람은 왜 죽는가?

이 물음은 곧 사람은 왜 사는가 하는

물음에 직결된다.

죽음을 아는 것,

그것이 삶을 아는 지름길이다.

죽음을 알아야

삶의 방향을 세울 수 있다.

되도록 어릴 때부터

죽음을 생각해야

자기 삶을 보다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신간안내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

  복음․마태오복음․루카복음․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판매처: 복현성당, 바오로딸, 계산서원,

                성바오로서원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

  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의 저자,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위의 저자,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해설

  (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