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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가 타락하면 종교도 타락한다"(연중 제17주일)
   2010/07/23  7:48

“기도가 타락하면

              종교도 타락한다.”

 

루카복음 11,1-13

 

 

예수님은 참된 기도를 배우려는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셨다.

나의 기도가 예수님의 뜻에 맞는 기도인지

혹은 타락한 기도인지 알아내려면

<주님의 기도>를 살펴보면 된다.

<주님의 기도>에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의 계명이

담겨 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께

당신만이

우리를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시는

거룩한 주님이심을 드러내달라고

날마다 간청하라고 이르셨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의 부귀영화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오로지 하느님만이 우리에게 영생을 주심을

보여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또한 예수님은 하느님이

온 피조물을 다스리시는 임금으로 임하여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명하셨다.

이 세상에 전쟁과 살인이 자행되고,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이 난무하며,

가난과 병고로 죽어 가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애통히 여기며,

하느님께 하루 빨리

당신의 왕권을 실현해 달라고

빌어야 하겠다.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은

우리가 먹어야 하는 음식뿐만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답게,

예수님의 제자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영적 양식도 포함한다.

이 양식은 우리에게

자상하신 아버지의 보살핌을 뜻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힘을 준다.

현세생활을 위해 필요한

은혜를 청하는 경우에,

하느님의 뜻에 맞는 기도는

고난과 시련을

원천적으로 없애달라고 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물고기를 손에 쥐어주는 사랑을

달라고 하지 않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랑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가정이나 교회의 힘은

인간적 자질이나 사업체나 부동산이 아니라

끊임없는 기도에 힘입어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사랑이다.

내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스승, 제자, 이웃,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기 위해

몰입하는 사람들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그들이야말로

이기심과 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참된 종교인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뜻에 맞는

기도를 하는 우리와 함께 계신다.

우리의 사랑은

하느님의 이러한 현존에 힘입어

어둠속에 빛을,

절망 속에 희망을,

미움 속에 사랑을,

죽음 속에 생명을 창조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이 사랑의 신비스러운 힘을 체험하여

행복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참된 기도이다.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거나

이웃을 사랑하지 못해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구하지 않고

성공과 건강과 장수를 달라고 비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구걸행각일 뿐이다.

이런 기도를 바치는 자는

타락한 종교인이요

종교를 아편으로 팔아먹는 자가 아닐까?

 

 

                   신간안내

 

박영식, 말씀의 등불 III. 주일 복음 묵상․

    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월 18일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