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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 얼굴(사순 제2주일)
   2011/03/17  19:59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 얼굴

(사순 제2주일)

 

마태오복음 17,1-9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 ․ 승천하여 천상천하의 모든 존재에게 주권을 행사하실 때 누리실 영광을 미리 제자들에게 잠깐 보여주신 것이다. 예수님은 이 영광스러운 변모를 통해, 당신을 하느님의 아들과 메시아로 믿고 따르기 위해 고난을 겪는 제자의 삶이 하느님의 영광으로 장식된다는 것을 미리 맛보게 해 주셨다. 영광은 하느님의 빛나는 현존 속에 사는 자격을 뜻한다. 하느님 왕국에서의 삶은 영광을 띠신 하느님과 예수님과 얼굴을 맞대고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신앙생활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강복으로 장식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참여해야 예수님처럼 영광스러운 변모하여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행복의 극치를 누릴 것이다(至福直觀). 예수님의 죽음에 참여하는 방법은 자기중심주의를 버리고 하느님의 말씀과 이웃의 행복을 내 삶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다.

영광스럽게 변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뵙는 이들의 황홀한 체험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면 상대방에게 온통 빠져들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지금 어디에 앉아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그지없이 행복해지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이처럼 우리가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살게 되면 우리는 그분의 사랑과 위용에 도취되어 황홀지경에서 행복의 극치를 누릴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복을 누릴 희망을 가진 사람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고난과 죽음을 겪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복이라고 여긴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까?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어린이의 기쁨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웃음 속에는 신비가 있다”(앙리 베르그송, 1927년 노벨 문학상). 어머니의 눈은 사랑의 눈이요, 어머니의 손은 약 손이며, 어머니의 가슴에는 자식의 장래의 행복을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가 끊임없이 가득 찬다. 어머니의 입술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의 웃음이 감돌고, 그 웃음 속에는 놀라운 신비가 깃들어 있다. 그 웃음은 어린이의 공포, 절망, 걱정을 없애준다. 엄마의 얼굴에 따뜻한 웃음꽃이 필 때 어린이는 행복을 느낀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늘 희망과 헌신적인 사랑이 드러난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 권의 책이다. 얼굴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발작크). 나의 얼굴은 내 삶의 얼굴이다. 얼굴은 내가 누구이며 내 삶이 어떠했는지를 드러낸다. 29개의 감정, 오관 들을 담은 것이 얼굴이다. “속에 빛이 있으면 밖은 스스로 빛나는 법이다”(A. Schweitzer). 나의 밝은 얼굴은 내 내면에서 뿜어 나오는 생명의 빛 때문이다. 얼굴은 내 인생을 반영하는 거울이요 걸어 다니는 명함이고 인생의 증명서이다. 내가 듣고 읽고 말하고 겪는 것이 내 얼굴의 세포를 이룬다. 좋은 생각과 일과 품성이 내 얼굴을 결정한다. 얼굴(영어 face)은 만들다(라틴말 facere)에서 파생된 말이다. 그리스도를 닮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의 얼굴은 그리스도의 얼굴처럼 되어 영광스럽게 빛날 것이다. 내가 만들어가는 내 얼굴은 어떠한가? 어떤 기분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면 기분 그 자체가 얼굴 표정을 따라간다는 것이 여러 차례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억지로라도 웃으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즐거운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억지로 라도 미소를 지으면 웃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 세상에서 부분적이고 불완전하게나마 하느님을 체험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슬픔과 불행은 보이지 않고 언제나 아름다운 미소가 가득 찬다. 미소 띤 환하고 밝은 자기 표정을 거울 속에 되비쳐주는 자기의 얼굴을 보아도 기쁜 법이다. 환하게 웃는 얼굴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고, 크게 웃는 소리는 가장 훌륭한 음악이다. 1분 웃으면 하루가 변하고, 하루 웃으면 1년이 변한다. 5분간 웃으면 5백만 원어치 값이 나간다. 웃자. 슬퍼도 웃고 기뻐도 웃자.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웃는 사진을 수시로 보고, 웃은 경우들을 적어놓자. 성이 나도 웃으면 성이 복이 된다. 더구나 하품뿐 아니라 웃음도 전염성이 있어서 집단을 형성한다. 내가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웃게 하자.

 

사람의 미소는 하느님이 만족해하신다는 표시이고 하느님을 웃으시게 한다. 미소는 집안의 햇빛이요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다. 모든 날 중에서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미소를 짓지 않은 날이다. 슬프거나 괴롭거나 울고 싶을 때에도 늘 미소 짓는 얼굴에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예수님의 용모가 비쳐진다.

<2011년 3월 16일, 박영식 야고보 신부>

 

 

 

 

 

잘 읽히는 서적

 

박영식,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I. 주일 복음 묵상․해설(가해)>

가톨릭신문사 2007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

(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

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9년